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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외등 하나뿐인 현관이 적막하고 인기척 없는 거실에 스탠드 불 하나뿐인 걸 보니 기다리다 아내는 잠이 들었나 보다. 저녁 식탁에 보기 드문 생선 부침개가 놓여있다. 어수선한 때이니 시장 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이 귀한 음식을 어떻게 장만했을까. 부침개를 데우니 비릿한 냄새 사이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소금기와 생선 냄새가 배어있던 고향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바람에 생선을 꾸덕꾸덕하게 될 때까지 말렸고 비린내를 즐기지 않는 나를 위하여 생선 부침개를 부치곤 했었다. 늦은 밤 마주할 사람 없는 쓸쓸한 식탁, 홀로 밥 먹는 일이 오랜 습관처럼 되었지만 늦은 밤에 문득 떠오른 어머니 생각에 아쉬움이 더욱 깊다. 삶의 길목마다 불쑥 찾아오는 아쉬움이 어디 한두 번일까마는 단출한 밥상에 놓여있는, 이제는 기억에도..

나의 이야기 2020.05.30

나무 한그루 심어야 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고국의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뉴스 끝날 즈음에 전해지는 날씨 정보는 날씨에 민감한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는 중요한 정보일 것 같습니다. 이런 날씨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안타깝다는 느낌과 한 편의 인형극을 보는듯한 생각이 들어요. 이쁜 외모와 잘 차려입은 차림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 외운 문장처럼 또박또박 읊조리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손짓과 몸가짐이 극진하게 손님을 접대하는 종업원의 태도처럼 보여 실을 묶어서 뒤에서 조종하는 인형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날씨정보를 위해서 준비했을 노력과 몸단장에 비해 할당된 시간이 너무 짧은듯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전..

카테고리 없음 2020.05.30

남 흉보기

파라솔의 살대가 망가졌다며 아직은 쓸만한데 새로 장만하려면 꽤 돈이 들어갈 텐데 이젠 있는 것도 대충 내버려야 할 때인데 또 장만하기는 그렇고~ 아침부터 투덜거리는 마누라 꼴 보기 싫어 두어 시간 노동으로 튼튼하게 고쳤다. 날 부려 먹어서 미안하다는 뜻인지 그래도 표시 안 나게 잘도 고쳤네라고 중얼중얼했다. 파라솔을 펼치고 모처럼 등나무 의자에 앉아서 차 한 잔 함께 마시니 산들바람이 한결 개운하다. 전염병 탓에 두어 달 집에만 있었다고 그새 마누라 살집이 붙었다. 부루퉁한 얼굴에 심술이 묻어나고 허리랑 뱃살이 삐져나왔다. 어째 나잇살이라고 해도 저리 몸 관리를 못할까. 공연히 마누라 얼굴 바라보기가 불편한데, 또 따닥따닥 잔소리에 불평과 남의 흉을 보기 시작한다. 뒤뜰 넘어 시티(市) 땅 쪽으로 쓰레기..

나의 이야기 2020.05.30

보고 싶지 않은 기사

옛날 옛적에는 관기라는 기생이 관아에서 사또의 수청을 들었다고 한다. 양반, 상놈의 신분사회였으니 천한 관기가 양반인 사또를 모시는 게 흉이 되기는커녕, 사또를 하룻밤 즐겁게 해 준 대가로 엽전 몇 잎을 얻었을 테니 쌍놈인 관기에게는 운수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다는 고리짝, 케케묵은 시절의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비슷한 사건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 조, 중, 동 일간지에 실려있다. '여직원 추행’ 오ㅇㅇ 前 시장 사전영장 오늘자 신문의 큼지막한 기사 제목이다. 검색해보니 칠순이 훨씬 넘었다. 칠순이면 나이 좀 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우리 카페에서도 그다지 인기 없는 연배 같은데, 대단하신 분이다. 물론 관기가 아닌 여직원이며, 퇴청해서 술 한잔 마신 것도 아닌, 관아,..

나의 이야기 202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