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 흉보기

단풍들것네 2020. 5. 30. 01:03

파라솔의 살대가 망가졌다며

 

    아직은 쓸만한데 

    새로 장만하려면 꽤 돈이 들어갈 텐데 

    이젠 있는 것도 대충 내버려야 할 때인데 

    또 장만하기는 그렇고~

 

아침부터 투덜거리는 마누라 꼴 보기 싫어

두어 시간 노동으로 튼튼하게 고쳤다.

 

날 부려 먹어서 미안하다는 뜻인지

그래도 표시 안 나게 잘도 고쳤네라고 중얼중얼했다.

 

파라솔을 펼치고

모처럼 등나무 의자에 앉아서

차 한 잔 함께 마시니

산들바람이 한결 개운하다.

 

전염병 탓에 두어 달 집에만 있었다고

그새 마누라 살집이 붙었다.

 

부루퉁한 얼굴에 심술이 묻어나고

허리랑 뱃살이 삐져나왔다.

어째 나잇살이라고 해도 저리 몸 관리를 못할까.

공연히 마누라 얼굴 바라보기가 불편한데,

 

 

또 따닥따닥 잔소리에 불평과 남의 흉을 보기 시작한다.

 

뒤뜰 넘어 시티(市) 땅 쪽으로 쓰레기를 버린다며

옆집 젊은 사람들 흉을 보기 시작했다.

 

여름에 벌레들이 생길 수 있고

모기도 생길 테고

냄새도 날것이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시티 땅의 풀숲 쪽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마누라의 불평을 듣기에는 편치가 않다.

 

     이것 보세요

     그만 좀 하세요

     세상사 당신 뜻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답니까

     저런 사람, 이런 사람,

     세상에는 별사람들이 많아요.

     그런가 아~

     저런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서

     그냥 대충 지내세요.

 

제발 아침에

커피 한 잔쯤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으련만.

 

평생 살 맞대며 살아온 마누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아침이다.

 

그러니 살 부딪혀보지 못한 낯선 사람들이

남의 흉을 좀 본다고 한들 무슨 대수로운 일일까 ~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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