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솔의 살대가 망가졌다며
아직은 쓸만한데
새로 장만하려면 꽤 돈이 들어갈 텐데
이젠 있는 것도 대충 내버려야 할 때인데
또 장만하기는 그렇고~
아침부터 투덜거리는 마누라 꼴 보기 싫어
두어 시간 노동으로 튼튼하게 고쳤다.
날 부려 먹어서 미안하다는 뜻인지
그래도 표시 안 나게 잘도 고쳤네라고 중얼중얼했다.
파라솔을 펼치고
모처럼 등나무 의자에 앉아서
차 한 잔 함께 마시니
산들바람이 한결 개운하다.
전염병 탓에 두어 달 집에만 있었다고
그새 마누라 살집이 붙었다.
부루퉁한 얼굴에 심술이 묻어나고
허리랑 뱃살이 삐져나왔다.
어째 나잇살이라고 해도 저리 몸 관리를 못할까.
공연히 마누라 얼굴 바라보기가 불편한데,
또 따닥따닥 잔소리에 불평과 남의 흉을 보기 시작한다.
뒤뜰 넘어 시티(市) 땅 쪽으로 쓰레기를 버린다며
옆집 젊은 사람들 흉을 보기 시작했다.
여름에 벌레들이 생길 수 있고
모기도 생길 테고
냄새도 날것이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시티 땅의 풀숲 쪽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마누라의 불평을 듣기에는 편치가 않다.
이것 보세요
그만 좀 하세요
세상사 당신 뜻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답니까
저런 사람, 이런 사람,
세상에는 별사람들이 많아요.
그런가 아~
저런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서
그냥 대충 지내세요.
제발 아침에
커피 한 잔쯤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으련만.
평생 살 맞대며 살아온 마누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아침이다.
그러니 살 부딪혀보지 못한 낯선 사람들이
남의 흉을 좀 본다고 한들 무슨 대수로운 일일까 ~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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