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여사의 외박

단풍들것네 2018. 7. 24. 08:37

‘ .. 조심해서 가세요 ..’

‘ .. 들어가요 ..’


‘ 딩동 ‘


소근 소곤거려도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새벽녘이라 크다.

 

지난 저녁 내 집으로 온 김여사.

아내가 배웅하는 것을 모른 체 했다. 

남편이랑 다퉜다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고 대면하고 수인사를 나눌까.

아내의 당부가 없었더라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불편코 언짢았던 마음은 이렇게 밤잠을 설치게 한다.  

내 집에서 이런 껄끄러운 경우를 겪어야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김 선생은 사오 년 윗연배.

첫 만남 때의 박식함이 묻어나는 다변 탓에 이후로는 데면데면 지내는 분이다. 

아내도 김여사에 대한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가끔 차도 한 잔씩 하는 사이인가 본데, 달가워하지 않는 나의 눈치에  

동문이라 어쩔 수 없다며 겸연쩍어 했었다. 

 

근년에 결혼한 아들 내외가 집으로 올 때마다 소리가 나는 모양이다.

은퇴 후의 적적한 부부에게 아들 내외의 방문은 기쁘고 반가운 일일 텐데,

어쩐 일인지 큰소리가 나게 되고,

급기야 부부는 다툼까지 하여 이번엔 정도가 심한지 외박이 내 집까지 번진 셈이다.

호텔도 여러 지인들도 마다하고 무슨 까닭으로 내 집으로 왔는지 알순 없지만, 

외박도 하시는 김여사, 그 배포 참 크시다. 

 

김여사의 아들은 이곳에서 조금 먼 지역에서 이제는 자리를 좀 잡았다.

이곳에서 몇 해 연거푸 낙방하고 포기한 아들을,

김여사의 부추김으로 결국에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는데,

십여년도 훨씬 넘은 뒷바라지에 힘이 부쳤을 테다.

 

이젠 그 아들이 자리를 잡고 결혼까지 하였으니 한시름 덜었을 텐데, 

여사께서는 무례함을 무릅쓰고 내 집까지 와서 외박을 하셨다.

 

 

아들 내외의 못마땅함과,

그 못마땅함을 척척 해결해내지 못하는 남편의 우유부단을 탓하는 것이

김여사의 지나친 욕심 탓일까 ? 

그리고 김여사는, 왜 또 그렇게도 못마땅할까.

 

반면교사이다.

 

이래저래 잠까지 설쳤으니 오늘 꽤 힘이 부치겠다. 


나는 김여사의 처사가 부박하다 흉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Aug.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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