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집 (我執)

단풍들것네 2018. 7. 24. 07:47

아집 (我執) 


 

삼 주간의 교육이 끝난 오후,

교육생들과의 짧은 다과 시간을 끝내고 약속된 교육담당 메니저의 방으로 서둘렀다.

강사 네사람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성적에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결국은 과정에 대한 검증과 다음 단계 이수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이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괜히 군기를 잡겠다는 것인지 평소와는 달리 조금 딱딱한 표정들에 허리를 곧추세운 자세가 다소 엉성해 보인다.

 

선임강사가 펼친 노트에는 교육기간내의 성취도와 일거수일투족이 빼꼭히 적혀있다.

실기, 필기 모두 부끄러운 수준일 것 이라 짐작은 했다.


그렇지만 나름 열심히 했으니 결과의 우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던 다짐은,

정작 네 사람 입에서 직접 과목별 수행결과를 듣는 순간 여지없이 스러져 버리고 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규정준수항목에서 하위그룹에 속한다는 이야기엔 

어쩔 수 없이 그만 심사가 뒤틀렸다. 

꼴찌 수준이라니 이건 아무래도 심하다.


그래, 

좀 따져 보아야겠다.   

 

모두 시원스러운 성격들에 거구의 몸매답게 둥글둥글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세심하게 살폈단 말인가.

나의 불편한 심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과목의 진척도와 잘못에 대한 원인, 나의 이견과 결과의 수용 여부 등에 대해서 그들은 진지했었고,


좀 따져 보겠다던 다짐은,


    '낮은 성취도는 다시 시작할 수가 있지만, 

     주관적인 판단으로 가장 중요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빈번한 잘못은 심각하다’   


라는 담당 매니저의 신랄한 코멘트에 그만 대꾸를 못 하고 말았다.

 

예를 들면,


    '눈사태와 같은 위급상황이 발생했다.

     당신은 사오십 명의 어린 학생들 그룹의 리더이다.

     그런데 이 그룹 주위에 있던 어떤 사람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당신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 '


·    '신속히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하고..'

 

당신의 생각을 존중한다, 

그러나 책임을 망각하고 심각한 규정상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그룹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사오십 명의 어린 학생들은 그룹 리더가 생사를 좌우한다.

위급상황 시 그룹에게 위험이 언제, 어떻게, 어떤 형태로 닥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모든 능력을 그룹의 안전을 위하는 것에 대비하고 써야 한다.

한 사람의 능력은 사오십 명 그룹의 안전을 지키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당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능력을 소진하고 그래서 당신이 위험해진다면, 

나머지 어린 학생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아니, 그걸 누가 모르나, 당연히 아이들을 안전하게 대피 시켜야 하겠지, 

       그리고 사람이 죽어가는데 모른 체 하라는 말이냐.. )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어린 학생들이 부상을 당했다. 그룹 리더인 당신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


·      '먼저, “다친 사람은 없는가 ?” 라고 확인을 하고..'

 

이것도 빵점짜리라고 한다.

위급한 사태가 발생하여 어린 학생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왜 다쳤느냐는 부정적인 말로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더욱 느끼게 하느냐,


      '모두 괜찮지 ?' 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 (다친 아이들도) 지금 상황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룹 전체의 불안감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람들 갈수록 태산이네,

       다친 아이는 고통을 느끼고 도움이 즉시 필요한데, 

       모두 괜찮지 라고 하면 그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누구 다친 사람 없느냐고 해야 신속히 찾아낼 것 아닌가 ?..)

 

그룹 리더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구분과 한계,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그룹에 부정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행위와 언어는 불가하다는 

규정은 과정 중에 누누히 강조되고 익혔고,

가능한 원칙과 룰을 지키고 따르도록 나름 노력도 했다.

그런데도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퍼스낼리티라는 말은 귀에 아프다.


많은것을 생각하게 한다.

규정은 그냥 규정일뿐, 

문제 없는한 대충 건너띄고 자의적인 나의 주관,

어쩌면 아집으로 세상사를 판단하고 또 당연한 것처럼 지내왔던 것은 아니었는가,

의식하지 못했던 , 

타인의 시각으로 보여진 나의 성정을 새삼 살펴본다.


그래도 흔쾌히 수긍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연유인가 ?

 

귀가했더니 담당 메니저의 메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내치기는 뭐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보수교육을 받으라는 말이다.      (May.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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