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는
관기라는 기생이 관아에서 사또의 수청을 들었다고 한다.
양반, 상놈의 신분사회였으니
천한 관기가 양반인 사또를 모시는 게 흉이 되기는커녕,
사또를 하룻밤 즐겁게 해 준 대가로 엽전 몇 잎을 얻었을 테니
쌍놈인 관기에게는 운수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다는 고리짝, 케케묵은 시절의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비슷한 사건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 조, 중, 동 일간지에 실려있다.
'여직원 추행’ 오ㅇㅇ 前 시장 사전영장
오늘자 신문의 큼지막한 기사 제목이다.
검색해보니 칠순이 훨씬 넘었다.
칠순이면 나이 좀 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우리 카페에서도 그다지 인기 없는 연배 같은데,
대단하신 분이다.
물론 관기가 아닌 여직원이며,
퇴청해서 술 한잔 마신 것도 아닌,
관아, 청사에서 업무시간 중에 일어난 해괴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기사를 한두 번 대하는 것이 아니니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가장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게,
이런 양반들은 자식들 보기에 어떤 심정일까,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주들에게
낯짝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어른이라고 집에서 한마디 한다고 씨알이나 멕힐까,
그리고
마누라는 뭐라고 씨부릴까, 그 늙은이를 감싸 안아 주고 싶을까.
궁금하다.
이같이 끊이지 않는 추문이 어찌 성추행에만 국한된 것이고
그리고 ㅇ씨 혼자만의 문제일까.
ㅇ씨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공론화시킬 수 있게 된 여건과 현실이 그나마 다행스럽고,
젊은 여인의 용기가 그래서 돋보인다.
한 늙은이의 추태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들을 방지할 수 있게,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들추어내는 더욱 정교한 제도와 시스템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함의를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각처에서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이런 부류의 횡포와 오만, 방자함이
너무 오랫동안 간과되고 방치되었다.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데
어째 거꾸로 되짚어가는 세상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