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맛비 내리는데, 첫눈이 온다니 ?

단풍들것네 2018. 7. 3. 00:12


        (장맛비가 한참이라는 뉴스는 고향 생각을 나게 한다.
        그런데,
        정치뉴스를 전하는 말미에 참 오랜만에 신선한 느낌의 말을 듣다.
        
         청와대 어떤 이의
       '첫눈이 오면 ...' 이라는 말이다.

       험한 말이 일상인 정치권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
       '첫눈이 오면 ...' 이라는 말이 뜻하는 내용이야 차치 하더라도 꽤 괜찮은 말이라 여겨진다.

       장맛비가 온다는 고향과
       '첫눈이 오면 ...' 이라는 말이 묘하게 어우러져 고향을 떠올린다)
   
   

내 고향 남쪽 바다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   

언젠가
귀한 첫눈이 내린 날

나는
강아지마냥 마당을 뛰었고

장독대를 돌보던 어머니는

'귀한 눈이 왔네!'라고 했다 



봄 들녘엔 
노오란 유채꽃이 
바다처럼 너울거려

겨울은 동백꽃이 피던 곳

청보리는
한해도 거르질 않고

바람 잦은 겨울 들을 
푸른 물감이 묻어 나오도록  
감싸 안았다.

푸지고
흐드러지게  
청보리가 피었지 

보리 서리에 입술이 까매진 아이들의 웃음은
배고픈 논둑 위로 흩어졌고

보릿고개는 깊어만 가도

까르르 
하하하
까르르

늦겨울 들녘의
아이들의 웃음엔
까만 재가 묻어 퍼져 흩어졌다. 
  
부지런한 어부들은

푸드덕 거려
더 푸르렇던 

은빛 비늘이 
보석처럼 박힌 
팔뚝보다 더 실한 생선을 

파란 바다 
얼지 않는 바다에서 건져 올렸고

뙤약볕에 그을려 
흰 이만 보여도  

발가벗은 아이들은 
시리도록 맑은 바닷속 

한여름이 좋았다.

내 고향 남쪽 바다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   

그곳엔 지금 비가  온다는데,

나는 

'첫눈이 오면 ... ' 이란 뉴스에

젊었던 내 어머니,
고향 집 장독대에 내렸던 첫눈을 그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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