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한길을 묵묵히 지켜낸 사람들,
이런 분들의 삶을 우리는 흔히 외길 인생이라고 한다.
이런 삶이 자신이 선택한 일이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일에 대한 애착과
남다른 열정이 있어야 했음은 물론일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인생을 바치는 무모할 만큼의 고지식한 사람들의 세상,
전문가라는 호칭만으로 가름하기에는 미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런 사람들이 일구어낸 것들이
지난한 삶으로 점철된 세월의 무게임을 알기에 우리는 압도되고 감동을 하게 된다,
이 대책 없는 듯한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그러나 요즈음 세상은,
이 대책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일구어낸 평생의 삶이 하나같이 어설픈 한복을 입고 장인이란 조명을 받기도 하여,
한길을 가야 인생이 보인다는 평생의 침묵을 희화화하기도 한다.
작업복 대신 왜 한결같이 한복들을 고집하는 것일까.
외길인생이 이제는 조명을 받을 만큼 그렇게 외롭지 않다는 말인지는 모를 일이다.
조명이 비껴간 외진 곳에서 어쩌면 진정한 외길인생을 찾아볼 수 있다.
- 삼십여 년간 나환자(한센병) 마을을 누비며 이천 명이 넘는 한센병 환자에게 무료의치를 제공했다는 팔순의 치과 의사.
- 전남 어느 산골에서 먹고살기 위하여 평생 삼베를 짰다는 할머니는 그 투박한 손마디로 거친 삼베를 어루만지면
어느덧 삼베가 말을 걸어온다는 그 대수로운 공력.
- 일평생 강단에서 후학을 보살폈던 스승은,
학교 앞의 안전을 위하여 건널목 지키는 것으로 퇴직 후의 이십여 년 세월을 보냈다는 고집스러움.
- 거친 바다에서 평생을 보낸 어부는 물 색깔 하나로 날씨를 감지한다고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화려하고 현학적인 문구들로 삶의 본질과 의미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단순하고 무모할 정도의 고지식함으로 보이는 이들의 덕목이,
비록 한복 차려입고 카메라를 채우진 않더라도 진정 외길인생의 아름다운 삶이라 할 것이다.
L 이라는 여가수,
미국에서 돌아와 삼십 년 만의 방송 출연이라는데 무척 반가웠다.
아련한 추억에 젖어 들게 하는,
청순한 외모와 감미로운 음색의 ‘그대여’ ‘바야야’ ‘그대 생각’ 이란 곡을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설렘으로 대했던 십오 분 분량의 그녀 노래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고
변한 모습만큼이나 그녀의 노래는 안타까울 정도로 갈라져 보였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 돌아왔다는 그녀는 대담 중에 삼십 년의 세월에 굴곡이 없었겠느냐고 했지만,
먼 길 돌아와 다시 발을 디딘 그녀의 무대는 외길인생과는 너무도, 너무도 멀어 보여,
내게는 아련한 추억이 깨지는 아픔이 심한 날이었다.
거슬러 돌아와 저 휘황한 조명을 꼭 받고 싶었다면
적어도 떠나 있었던 세월이 흠이 되지 않을 만큼의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그녀는그 최소한의 준비도 없어 보였어니.
그리고 그녀는 무슨 권리로 나에게 이렇게 극적인 반전을 선사한단 말인가. (Au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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