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가슴을 보지 마라

단풍들것네 2017. 7. 13. 08:36

 어제 오후, 이곳에서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사업장에서 십여 분 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한 일이다.
 
 뭇 여인들이 앞가슴을 들어내고 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는데,
아마 보기 드문 일이니 해외토픽감이 된 것 같다.
시청 앞이라고 해서 세종로처럼 왕복 십몇 차선의 그렇게 번잡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가장 번화한 중심지역,
그것도 벌건 대낮의 광장에서 삼백여 명이 넘는 여인들이 웃통을 벗어 젖혔다고 하니,
더운 날씨 탓에 모두 훌렁훌렁 벗고 싶다는 것인지 기이한 일이다.
 
 여성들이 상의를 벗을 수 있는 (맨몸) 권리를 축하하기 위한 모임으로 신고 되었다는데,
(이곳 온타리오주의 법은 공공장소에서 여인들이 웃통을 들어내도 괜찮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아랍계 출신으로 여겨지는 세 자매가 더운 날씨에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타다
경찰에게 제지를 당한 것에 분노하여 모임을 주도했고,
한 열 명쯤 모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족히 삼백 명은 됨직한 여인들이 모여서 웃통을 벗은 채,
노래하고 고함지르고 춤추며 맨몸을 흔들어 댔다고 한다.
 
 지역 경찰이 안전을 위하여 동원되고,
경찰의 동의를 얻어야 집회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가히 볼만한 광경에 남자들이 신이 났고 거리낌 없이 사진찍기에 바빴다는 큼지막한 기사가 실렸다.


Hundreds turn up for topless rally in Waterloo





Brilla and sisters

Annie Sakkab,Record staff
Sisters Alysha Brilla (left) Tameera Mohamed and Nadia Mohamed march at at the Bare With Us rally in Waterloo Twon Square on Saturday.




    ‘ 성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가슴을 보지 마라 ’
    ‘ 내 몸 내가 알아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My body, My choice) ’
    ‘ 이것은 자유다 ’
 
 벗은 몸에 페인팅한 슬로건이 우습기도 하고 어쩌면 코미디 같기도 한데
저 지저분한 겨드랑이 털은 좀 밀고 나오지, 일부러 남겨 두었나 ?
얼굴 조차도 감추어야 한다는 히잡을 쓰는 곳에서 온 아랍계 같아 보이는데
아마도 제 부모들은 기겁을 했을 것이다.


 얼마 전 ‘고리한 중 늙은이’ 라는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어 가고 이해 못할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물질적인 풍요를 향유하는 세대들의 일탈이라 보기에는 안타까운 일들입니다.
신께서 창조하신 것 중에서 인간의 몸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운동으로 다듬어진 젊은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건강함은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인간의 몸이 아름다울 수 있는것은,
사회적 합의의 도출 아래 우리가 선택한 윤리가 인간적이고 합리적일 때 일 것입니다.
살포시 한복으로 가린 여인의 자태,
탄탄한 근육이 바쳐진 자신만만한 남성의 반듯함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은 제가 젊지 않기 때문일까요 ?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여인이 훌렁훌렁 벗은 가슴을 흔들고 다녀야만 아름다운 세상인가는.
 
 

- 이곳 지역 신문기사의 독자란에는
  소뚜레 - Cow ring에 저 시커먼 겨드랑이 털, 역겹다 라는 댓글도 보이고,
  뭐 어때 보기 좋네라는 댓글이 60%, 저러면 안 되지라는 의견이 대충 40%쯤 되는 것 같다.     (Au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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