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 번씩은 주류판매점을 들리니 계산대의 아가씨 곧잘 아는 척을 한다.
" 오늘도 패밀리 사이즈 와인이네,
그런데 너, 아이들을 위해 도네이션 좀 해라 "
어림도 없는 소리, 평소 같으면 턱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들과 함께다.
" 그래 $2 하마 "
아들 녀석이 못 본 척 싱긋했다.
식당에서 팁 주는 것 아까워하고 남의 시선 아랑곳 않은 채 목청 높인 한국말과,
식사 때 후루룩 거리는 아비를 못마땅히 여기는 아들 덕에,
자연스럽고 내켜하는 것처럼 선뜻 도네이션을 했다.
오래전 모처럼 가족들과의 외식.
아들 녀석이 좀처럼 얼굴을 펴지 않고 분위기를 깨고 있다.
아비 밥 먹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 이 녀석아, 쟤네들 식당에서 팽팽 코 푸는 것 하고,
아빠 후루룩 소리 내며 밥 먹는 것 하고 어떤 게 더 흉하냐 ? "
(우린 후루룩 거리긴 해도 장소 불문코 아무렇게 코를 마구 풀지는 않는다)
술을 마셔야 할 경우가 줄을 섰고 뿌리치기 힘들었던 이전에는,
어김없는 2. 3차 뒤끝의 추태와 고통스러운 숙취 탓에 될 수 있으면 술자리를 피하려 했고,
아내와 마주 앉은 주말, 맥주 한잔의 느긋함을 더 즐겨했었다.
다행히 이곳에선 어떨 땐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굳이 술자리를 피해 다닐 필요와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
일과 후의 저녁,
대작하는 이 없어도 질 떨어져 텁텁한 맛뿐인 이 커다란 병 속의 값싼 와인 한잔만으로도 나의 사치는 족하다.
여름 방학이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의 여름 캠핑을 위한 모금이 한창이다.
모금 받는 이도, 모금 하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게 참 자연스럽게들 한다.
돈을 내도 호들갑 떨지 않고, 꼭 동참하지 않아도 민망해하지 않은 여유들이 보기에 좋다.
그냥 몸에 젖어 편안해 보이는 저런 나눔은 어디에서 부터 비롯된 것일까 ?
내 지나온 날이 이악스러운 해코지는 멀리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눔과 베품에는 딱히 내세울 일이 없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난 후,
내세우지 않고,
내색하지 않고,
나누고,
베풀며 살아왔다고 덤덤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일 수 있을까 ?
아마, 어려울 것 같다. (Jul.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