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행복한 마이클

단풍들것네 2020. 3. 8. 09:13

마이클 부자는 오래된 내 가게의 손님이다.

아버지가 나랑 같은 나이인데

마이클이 마흔여덧살이니

아버지가 스물이 되기 전에 이 녀석을 만들었다는 계산이다.


이곳에 좀 살다 보니

내 연배쯤 되는 양반들의 이런 조혼은 드물지 않은 것 같다.


스무 살 즈음의 우리는

머리가 암만 돌대가리들이더라도

공부를 해야 했고

군대도 가야 했고

취직도 해야 했고

이런 게 목에 딱 걸려서

가시나를 만나도 손만 잡았지만,


여기 사람들이야

어디 군대를 가나

돌대가리 이거나 공부 쪽에 흥미가 없으면

일찌감치 지 좋아하는 쪽으로 일거리를 찾는 게 흉 잡힐 일이 아니니

대부분 고등학교 때쯤에 걸 친구 두서넛은 있게 마련인데,


열서넛만 되면 가슴이나 엉덩이가 

익은 석류처럼 따아악 딱딱 벌어지는

젊은 애들이 손만 잡고 다닐 리는 만무하고

싸 질러 놓으면 도리가 없다.

불법으로 애 떼 주는 산부인과도 없으니

그냥 같이 살아야 하니 그리 그리되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이런 광경이 낯설었다.


아비 머리를 툭툭 치고

아비랑 맞담배 하고


마이클의 여자친구(결혼하지 않고 20년째 동거 중이다)는

금발에 파란 눈인 전형적인 백인 여인인데 이 여자도 행동과 말투가 무척 거칠다.

 - 내가 처음 이 여자의 행동을 보고 백인 여자들에게 품었던 환상이 무참히 깨졌다


거친 행동과 맡투가 눈에 거슬려

하빠리 인생들로 경멸했었다.



ㅎㅎ

정말 그들이 하류 인생들인가?



오늘 드디어 엔진을 올리기로 했다며

마이클이 전화를 했다.

어서 와서 구경을 좀 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3년째 구닥다리 자동차를 직접 공부하여

분해하고 부품 갈아 끼우고 페인트칠하고

엔진도 죄다 분해해서 손을 보고 조립해서

마지막으로 엔진을 장착하는 날이라고 한다.





마이클의 아버지가 처음으로 운전했다는 69년산 판디액 자동차다.






다가오는 봄에는

중풍으로 한쪽이 불편한 아버지를 태우고

드라이브할 것이라고 한다.


퇴근 후의 자투리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고 공부하여

손수 일구어 낸 마이클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맨날

골프치고

영화구경하고

산행하고

길동무하고

댄스방 가고

노래방 가고

역사탐방하고

여행가고


이것도 행복한 삶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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