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을 올해도 놓쳤더니
어제 저녁부터 목감기로 고생을 합니다.
전염병 때문에 모두 조심하는데
제가 코리안인 것을 손님들 대부분은 알기 때문에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어제 이곳 라디오 뉴스에서 코리아에서는 전염병이 야단이라며
무슨 영문인지 문 대통령 이름도 들먹이더라고
마누라가 운전하며 그런 뉴스를 얼피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럴 때는 핑겟김에 쉬어야 하는데
쉴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 파워스티어링이 문제라 약속을 지켜야 하지요.
아침 일찍 정비소에 들러 손을 보았는데
되돌아 오는 길에 끼익 거리는 소음이 계속 들리네요.
다시 정비소에 맡기고 돌아왔더니
가게 출입문이 말썽을 부립니다.
돌쩌귀, 힌지가 낡아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습니다.
이 문짝이 아무리 튼튼한 철물이라지만
하루에 수없이 여닫으니 감당이 안 될 테지요.
그동안 서너 번 직접 고친 경험이 있으니
부품 몇 가지와 연장을 챙기고 고치기로 합니다.
근데,
웬걸 요번에는 쉽지가 않네요.
낡은 볼트 대신 새 볼트를 끼웠는데
머리 부분이 평평한 플레이트 볼트가 아니라 문짝에 걸리네요.
다시 부품상에 갔더니 하필이면 규격 맞는 게 딱 하나뿐입니다.
내일쯤 입고된다고 하니 또 몇십분 운전해서 다른 부품상을 찾아가기도 난감합니다.
그냥 낡은 것을 쓰기로 하고
자동차 작귀를 이용하여 문짝을 들어 올린 후에
밑쪽 낡은 힌지에 동그란 링을 끼웁니다.
힘들여서 대강 마무리를 하고 문짝을 닫아보니 밑쪽이 걸리네요
링 하나로는 부족한가 봅니다.
다시 끙끙거리며 풀고 링 두개를 끼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높은지 위쪽이 걸리네요.
그러면 중간 두깨의 링을 두개 사용하면 될 것 같아
다시 부품상에서 중간 링을 구해 왔습니다.
요번에는 틀림없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옆쪽이 걸립니다.
하이고오~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칩니다.
벌써 오후 다섯 시가 가까웠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러느라 종일 커피 두어 잔 마신 게 전부이니
입에서는 단내가 납니다.
감기 때문에 기침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그만
마누라가 따닥따닥따닥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감기에 찬 공기 맞았더니 뼈마디 마디가 쑤시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끙끙거리며
종일 굶은 것은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부품 규격도 체크하질 않고
어째 하는 일마다
머리를 쓰지 않고
무식하게 몸으로 때우냐.
구시렁거리는 게 아니라
그냥 사정없이 짜증을 냅니다.
나라는 사람이 정나미 떨어지게 싫은 기색이 역력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문을 대충 닫을 수는 있으니
내일 전문가를 불러야겠습니다.
심성 고약한 사람을 만나
제가 인생 후반전에 고생을 참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젊었을 때는
그나마 그렇게 억세지 않았고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 괜찮았던 기억으로 마음을 다잡아야 겠습니다.
우아하게 차려입고
품위 있는 자태로
격조 있는 말투와 상냥한 웃음으로
기품있어 보이는
대갓집 사모님 같아 보이는 여인들도 막상 따져보면
한 꺼풀 뒤집어 보면
뒤에서는 쌍욕을 해대니
뭐 별게 있겠습니까,
거기가 거기, 또찐 개찐이겠지요
그렇게 여기려고 다짐은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제 생일인데
저래 가지고선 미역국이나 끓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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