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세계화라더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며칠 만에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 같아요.
오늘 이곳 뉴스에도 전염병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엔 주치의로부터 전염병 조심하라는 메일을 받기도 했고요.
중국이면 태평양 건너 수만 킬로 떨어진 곳인데 대단합니다.
한 가족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잠깐 검색해보니
중세 흑사병은 유럽 인구 삼분의 일이 희생된 치명적인 전염병이었지만
전파 속도는 십 년 이상 걸렸다고 하네요.
며칠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지금 글로벌화된 세상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케이팝 가수 노래를
한국인인 저도 전혀 모르는 노래를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나라인 아프리카 검은 얼굴의 아이들이 열광을 하고
패딩 챙겨 입는 겨울에도
연휴 끼인 주말에는
동남아의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는 일이 예사로운 일이 되었으니
한 가족 지구촌,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절반쯤 맞는 것 같아요.
오늘 저녁,
조금 있으면 미국에는 미식축구인 슈퍼보울이 시작되는데요,
그 인기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는 발뒤꿈치도 못 쫐아 가지요.
제가 사는 이곳도 미국의 옆 동네라 벌써 거리가 한산하답니다.
그래서 오늘 가게 문을 일찍 닫을 건데요.
그렇지만
저는 슈퍼보올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태극 전사들이 월드컵 예선전 치르는 것보다 흥미가 없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썩 관심이 없을걸요
요건 글로벌러제이션이 안 된 것 같아요.
여긴 어제, 오늘
눈이 엄청 오고 있습니다.
눈 오는 날이면 떠난 간 옛사랑과
소공동 거리를 우산 받들고 같이 거닐던 애틋한 추억이 그립다는 둥,
하늘의 천사가 소복 소복 눈가루를 뿌리는 정겨운 날에
따뜻한 커피잔을 마주 잡고 감미로운 음악에 낭만을 즐긴다고요.
이곳에선 귀싸대기 맞을 턱도 없는 소리랍니다.
이곳은 눈이라면 끔찍해서
여기 사람들은 밥 먹는 것보다 알뜰히 챙기는 것이 날씨정보지요.
강아지들이 눈 오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러니 이것도 글로벌러제이션이 안 된 것 같아요.
밥 먹을 때도 그렇지요,
숟가락 가득 밥 떠서
후후 룩 후루룩 된장국 떠마시면 밥 먹은 것 같지요.
우거적 우거적 총각김치 씹고
어떠거워
쩝쩝
아고 메워라
땀 흘리며 한 공기 비우면 세상 부러울 게 없지요.
몸에 밴 습관으로 이곳 식당에서 제가 그랬다면
모두 벌레 씹은 꼴에
분명 별 미친놈이라고 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꽤 곱상하게 생긴 여인이
식당에서 코를 팽팽 풉니다.
기다란 콧등에서 울리는 공명 탓인지 소리도 사정없이 크지요.
못 배워 먹은 년 같으니라고
몰상식한 년
온 정나미가 떨어지니
저는 속으로 사정없이 욕을 합니다.
그러니 이것도 글로벌러제이션이 안 된 것 같아요.
이런 셈이니
한마을 지구촌,
글로벌러제이션은
반쯤만 맞는 말이라니까요.
눈도 무지막지하게 오고
빌어먹을 춥기도 하고
슈퍼보올 인지 땜에 가게는 텅텅 비웠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일찍 묻닫고 들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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