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 세대가 꿈결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단풍들것네 2020. 2. 10. 09:57

올해 들어 부쩍,

 

습관이 된

오랜 일상이 되어버린 일을

이제는 놓을 때 인가라는 생각에

매사 시들하고

마음이 그냥 콩닥콩닥 거립니다.

집안의 일도 겹쳐 더욱 그러합니다.

 

한 짬도 낼 틈없이  

볼멘 소리를 달고 뛰어 다녔던 때가

어째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매일,

억지를 써서

들판에 나앉는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막걸리나 소주가 없어도   

매서운 바람이 추운 곳 이어도,

텅 빈 들에서는,

터무니 없는 짓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시선과 관심 받을 일이 없으니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때로 먹먹하면

글썽이기도 하고,

아주오래긴 시간

아직도 불편한 목안의 통증이 불쑥 찾아오면

사정없이 고함을 질러 보고

그립고

그리워

눈물이 그리워 눈물이 날때까지 웃을 수 있으니

 

빈 들판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사월 초 까지는

눈이 녹지 않을 들판입니다.  

순백으로 뒤덮인 대지,

완만하고 부드러운 흐름이 가슴속으로 밀려듭니다.






다정했던 어머니의 음성이

저 멀리 아스라히 먼 곳

들판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아들아,

어디에 있던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오너라

 

한 세대가 꿈결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

                  ~~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그리고 
 
             ~~  

             ~~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많이 보고 들을 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신경림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 일부 발췌]   

 

 

그립고

그리워서

목 메이게 그리운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하신 말씀을,

 

이젠,

나의 아들에게 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아들아,

어디에 있던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오너라.

 

한 세대가 꿈결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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