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부쩍,
습관이 된
오랜 일상이 되어버린 일을
이제는 놓을 때 인가, 라는 생각에
매사 시들하고
마음이 그냥 콩닥콩닥 거립니다.
집안의 일도 겹쳐 더욱 그러합니다.
한 짬도 낼 틈없이
볼멘 소리를 달고 뛰어 다녔던 때가
어째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매일,
억지를 써서
들판에 나앉는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막걸리나 소주가 없어도
매서운 바람이 추운 곳 이어도,
텅 빈 들에서는,
터무니 없는 짓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시선과 관심 받을 일이 없으니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때로 먹먹하면
글썽이기도 하고,
아주, 오래, 긴 시간
아직도 불편한 목안의 통증이 불쑥 찾아오면
사정없이 고함을 질러 보고
그립고
그리워
눈물이 그리워 눈물이 날때까지 웃을 수 있으니
빈 들판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사월 초 까지는
눈이 녹지 않을 들판입니다.
순백으로 뒤덮인 대지,
완만하고 부드러운 흐름이 가슴속으로 밀려듭니다.
다정했던 어머니의 음성이
저 멀리 아스라히 먼 곳
들판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아들아,
어디에 있던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오너라
한 세대가 꿈결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
~~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
~~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 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 일부 발췌]
그립고
그리워서
목 메이게 그리운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하신 말씀을,
이젠,
나의 아들에게 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아들아,
어디에 있던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오너라.
한 세대가 꿈결같이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