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밤입니다.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본 적이 있는가요?
오래전의 일이라 잊었다구요.
아직도 너무 바쁘신가요.
미세먼지 탓이라구요.
아파트의 조명이 몹시 환하다고요.
옥상 꼭대기의 바람이 너무 차다구요.
추운 날엔 별들이 더욱 빛난답니다.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세요.
어둠 내린 하늘에서
깜박이는 별빛이 무수히 내리고 있습니다.
손만 잡아도 가슴 뛰던 때에,
남자 친구가 들려주었던 별자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 올려 보세요.
그리스 신화는커녕
남쪽나라 십자성밖에 모르는 남자였다고요.
예나 지금이나
그 남자는 막걸리만 찾는다구요.
실망하지 마세요.
오늘 같이 추운 날,
함께 손 마주 잡고
아파트를 벗어나 어둠 내린 들녘을 찾아보세요.
밤새 하늘에선 별빛이 솟아져 내릴 테니까요.
실망하지 말고 두 손 마주 잡으세요.
그렇게 길지 않는,
모두에게 찰나의 순간일 수 있답니다.
새벽녘,
병원에서 나와
빈들에 나왔습니다.
은하수처럼 희미하던 별들이
추운 새벽의 빈들에서는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빛났던 별빛이겠지요.
가늠하기조차 힘든
머나먼
아주 먼 곳에서,
빙하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별빛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별빛은,
내게 다가와 어떤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걸까요.
누가 부르는 소리일까요?
누가,
누가,
어떤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일까요?
억겁의 시간 동안 솟아져 내렸던 별빛에 비해
삶이,
산다는 것이 찰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귀한,
나의 기쁨 이었던,
나의 삶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소중했던 나의 아이 ......
조각구름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것처럼,
받아 들이고 싶지 않지만,
잠시 내게 왔다 짧은 환희와 기쁨을 보여주고
스쳐가는 인연이라 여겨야겠습니다.
분노와
미움 또한
찰나라고 여겨야겠습니다.
깊은 산속,
대숲에서 잔잔히 일던 바람이
몹시 그리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