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안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첫 손녀인
누님의 딸이 태어났을 때
아이고,
얼마나 이쁘던지,
저는 아이의 똥 싼 기저귀를 직접 갈아 주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누님은,
"세상에,
저 아가 우짠 일이고
손에 똥을 다 묻히고
쓸고 불고 세상에서 혼자 깨끗하는 척하는 주제에"
요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여름에는 마당에다 큰 플라스틱 대야를 내어 놓고
물을 가득 담아서는
빨개 벗겨 씻어 주는 게 얼마나 귀엽고 좋았던지..
어느새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다는데
이국에 있는 외삼촌은 조카사위 얼굴도 모르는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육칠 년 전쯤의 일인데요,
오랜만에 외삼촌이 한국을 방문했다고
처음 보는 조카사위와 이제는 아줌마가 된 조카딸이 인사를 왔지요.
조카 딸의 아이가 아장아장 제게 걸어와서는
품에 안기며
"할아버지 ~" 라고 합니다.
어리둥절했지요,
난생처음 들어보는 할아버지라는 말이라
저보고 그러는 줄 몰랐습니다.
깜짝 놀라서
"아가야,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누님 말씀은,
"야가 무슨 소리고,
니 할아버지 맞다.
니가 이 아이한테 할아버지뻘이다"
아이고,
등짝에 땀이 솟데요.
제가 환갑 전이었을 때 일입니다.
그랬는데
이젠 그리도 생소했던 할아버지라는 말이 많이 듣고 싶어요.
그런데
여성분들은 환갑이 가까워도
할머니 소리가 그렇게 싫은 모양이에요
그냥 바락바락 아짐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