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할아버지

단풍들것네 2020. 1. 26. 08:45

저희 집안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첫 손녀인

누님의 딸이 태어났을 때


아이고,

얼마나 이쁘던지,

저는 아이의 똥 싼 기저귀를 직접 갈아 주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누님은,


  "세상에,

   저 아가 우짠 일이고

   손에 똥을 다 묻히고

   쓸고 불고 세상에서 혼자 깨끗하는 척하는 주제에"


요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여름에는 마당에다 큰 플라스틱 대야를 내어 놓고

물을 가득 담아서는

빨개 벗겨 씻어 주는 게 얼마나 귀엽고 좋았던지..


어느새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다는데

이국에 있는 외삼촌은 조카사위 얼굴도 모르는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육칠 년 전쯤의 일인데요,


오랜만에 외삼촌이 한국을 방문했다고

처음 보는 조카사위와 이제는 아줌마가 된 조카딸이 인사를 왔지요.


조카 딸의 아이가 아장아장 제게 걸어와서는

품에 안기며

  

  "할아버지 ~" 라고 합니다.


어리둥절했지요,

난생처음 들어보는 할아버지라는 말이라

저보고 그러는 줄 몰랐습니다.


깜짝 놀라서


  "아가야,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누님 말씀은,


  "야가 무슨 소리고,

   니 할아버지 맞다.

   니가 이 아이한테 할아버지뻘이다"


아이고,

등짝에 땀이 솟데요.

제가 환갑 전이었을 때 일입니다.


그랬는데

이젠 그리도 생소했던 할아버지라는 말이 많이 듣고 싶어요. 


그런데

여성분들은 환갑이 가까워도

할머니 소리가 그렇게 싫은 모양이에요

그냥 바락바락 아짐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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