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모난성격

단풍들것네 2019. 12. 20. 09:27

이곳의 병원은

시설 좋은 우리나라 병원처럼

잘 조성된 외부 조경과 깔끔한 실내장식으로 꾸며지지도 않았으니

더욱 분위기가 처지고 삭막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

당연히 분위기가 밝을 수 없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도 매무새가 조심스러워지고.



메마르게 보이는 긴 병실 복도

장식하나 없어 단조로운 전등 불빛이 무척 우울하다.


그런데 복도 중간쯤에 조그마한 액자 그림이 여러 점 걸려있어

무심히 서서 들여다본다.


어릴 적 그림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서양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놓은 듯한 소품들이다



말이 커다란 짐수레를 끌고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

챙 넓은 모자와 긴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

빨간색이 칠해진 높다란 건초 보관 건물

더 넓어 보이는 들녘 풍경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모두 오래된 서양의 시골 풍경을 담은 작은 소품들인데

그림 그리는 어떤 이가 병원에 기증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귀한 작품을 참 많이도 기증했네..


메마르고 딱딱한 병원에 한 가닥 따스한 기운을 감돌게 하는 것 같아

그림 앞에서 그나마 잠시 머물렀다.



그런데

오른쪽 한편에


작가의 약력과

개인 화랑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화랑 영업시간

왭싸이트등을 눈에 잘 띄게 금박을 굵게 입혀 표시해 놓았다.



순간 묘한 기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작가의 귀한 베풂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나의 성격이 얄궂게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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