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병원은
시설 좋은 우리나라 병원처럼
잘 조성된 외부 조경과 깔끔한 실내장식으로 꾸며지지도 않았으니
더욱 분위기가 처지고 삭막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
당연히 분위기가 밝을 수 없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도 매무새가 조심스러워지고.
메마르게 보이는 긴 병실 복도
장식하나 없어 단조로운 전등 불빛이 무척 우울하다.
그런데 복도 중간쯤에 조그마한 액자 그림이 여러 점 걸려있어
무심히 서서 들여다본다.
어릴 적 그림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서양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놓은 듯한 소품들이다
말이 커다란 짐수레를 끌고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
챙 넓은 모자와 긴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
빨간색이 칠해진 높다란 건초 보관 건물
더 넓어 보이는 들녘 풍경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모두 오래된 서양의 시골 풍경을 담은 작은 소품들인데
그림 그리는 어떤 이가 병원에 기증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귀한 작품을 참 많이도 기증했네..
메마르고 딱딱한 병원에 한 가닥 따스한 기운을 감돌게 하는 것 같아
그림 앞에서 그나마 잠시 머물렀다.
그런데
오른쪽 한편에
작가의 약력과
개인 화랑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화랑 영업시간
왭싸이트등을 눈에 잘 띄게 금박을 굵게 입혀 표시해 놓았다.
순간 묘한 기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작가의 귀한 베풂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나의 성격이 얄궂게 느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