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햇볕 드는 날이 좋지

단풍들것네 2019. 5. 13. 05:26

이젠, 


이제는,

궂은 날 

날 궂이까지 하네, 



궂은 날, 

파전에 막걸리라꼬,


뭔 소리여,


뒷방에서 

생파전, 

쉰 막걸리 들이켜 보라지,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닌다,

쿵큼한 냄새.


날씨는,

햇볕 드는 날이 좋다.

삭신 쑤시는 흐린 날 보다.


꿉꿉한 빨래 뭉치 모양 쳐졌던 심신, 

그만해도 꼬뜰꼬들해서

숨쉬기 편안해.




맑게 게여

하늘은 

푸르고도 깊어


유모차 끌고 나온 젊은 여인 하나.

미혼모의 깊은 두눈이 깊어서 푸르러,

공원의 잔디가 유난히도 푸르러..


다니엘은 어디 두고 왔을까?



맑게 게여

하늘은 

푸르고도 깊어


분례기의

똥례가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떠난 뒷동산이 눈부셔..

실성한 똥례의 두눈은 깊었을까,


용팔이는 실성한 똥례가 지 탓이 아니라고 했다. 



가지가지 

여러 가지 

세상살이,



오랜만의 맑은 하늘

어째 

저리도 

저리도,


맑아서, 

맑아서..




이제는,


김 씨가 골골하다는데 

그런가,


이 씨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데 

그런가,


박 씨 부인 혈압으로 쓰러졌다는데 

그런가,


최 씨 

부인, 아들, 며느리, 손지 새끼들과 

휴가 간다는데 자메이카로

그런가,


저쪽의 정씨 아들놈 지점장 되었다는데

못난 늙은이,

족보에라도 올려라 

이놈의 늙은이야.


그래도 그렁가아,



가지가지, 

여러 가지 

세상살이,



겹쳐지는 말 한마디 

아끼고 

멀리하는

세상살이 면 좋을텐디,


맑게 게인 푸른 하늘 아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인생은 아닐지라도,



겹치는 말은 

아끼고 싶어..



근데 

이젠,


몸도 

마음도 

팔다리가 쑤셔,



여즉까진

똥례 실성시킨 일,

한 번도 없었을 텐디..



우얄꼬,


어째서

궂은 날 

날 궂이까지 하네.




그냥

그냥


날씨는,

햇볕 드는 날이 좋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인생은 아닐지라도,


겹치는 말은 

아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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