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혼자만의 귀한 시간

단풍들것네 2018. 5. 3. 10:12

다친 허리 탓에 거동이 불편하여 며칠을 심란하게 보내다.

미루어 놓은 일 걱정에 안절부절못하기도 하고, 

끼니도 챙겨 먹지 못한다는 푸념도 하고.


그래도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나쁘지는 않다.

오랜만에 옛 생각에 젖어 아스름한 기억의 글을 써 보기도 하고,

이전의 끄적였던 것도 새삼스레 찾아 읽어 보기도 했다.


요 며칠간 밥도 잘 챙겨주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지만,

몇 해 전 정원 일로 허리를 다쳐 한동안 고생했던 아내가 애처로워 보였다는, 

내가 썼지만 지금 읽어보니 창피할 만큼 구구절절한 것도 있다.


중병이면 곤란하겠지만 가끔은 아파 보아야 눈이 뜨이는지,

육십하고 너덧, 많진 않지만 이제 조금은 느긋해져도 될 즈음에,

눈만 뜨면 발끈발끈했던 오늘, 어제, 그제 일도 헤아려 보고,

왜 이다지 몸과 마음이 바쁘기만 한지 살펴도 본다.


세월을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들이 앞에서 가고 있다.

신앙과 믿음이 종교를 넘어 삶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단순한 삶과 공동체의 생활, 

비폭력과 성경에 충실한 삶, 

청렴한 생활과 봉사와 섬김으로 초대교회의 건강한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다.


농사에 그을린 얼굴과,  

농군 특유의 둥글고 선한 웃음이 그냥 편안한 사람들로 참 가식 없는 사람들이 

바로 앞에서 세월을 거슬러 가는 듯 차선을 막고 느릿느릿 가고 있다.     


경험과 지식에 근거한 논리로서만 세상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오랫동안 지켜낸 신앙과 더불어 일구어낸 이들 사회의 문화와 삶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며칠 드러누웠던 참에 조금은 깊어졌다고 생각되는 탓인지, 

오늘은 조바심 대신 조금은 느긋하게 저들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삶의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

가끔은 아파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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