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뽕짝이 왜 촌스럽노?

단풍들것네 2019. 10. 7. 06:09

아내가 외출하면,

종일 굶을 수 없으니 가끔 만드는 간단한 음식으로 점심을 했다.


겉은 조금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말랑 부드러운 빵에

크림치즈를 넉넉히 바르고

훈제 햄 몇 조각이면 완성이니 아주 간단하다.


정성들여 커피도 끓였어니 

욕심 부리지 않으면 소박해도 담백한 점심이다. 이 음식이 내게는 사연이 조금 있다.




오래전 회사에 근무할 때인데,

선배사원이 급성 맹장수술로 출장을 갈 수가 없어

졸지에 대타로 업무가 서툰 신입사원으로 출장을 간 곳에서

지겹도록 먹었던 것이 이 샌드위치다.


업무가 서툴렀을 뿐만 아니라 영어도 짧았고,

작은 도시여서 회사의 지점도 없던 곳이라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못 미더워 걱정이 컸던 담당 팀장은 중요한 업무라며 신신당부를 했으니

더구나 첫 해외출장이라 잔뜩 긴장했던

아주 곤혹스러웠던 경험이었다.


프랑스는 음식, 요리가 유명하고

식당에서 식사하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터라

더구나 불어는 한마디도 못했어니,

주눅이 들어서 식당에서 식사할 엄두를 못 내었다.


그래서 끼니마다 길거리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는데

출장 기간 내 이 샌드위치만 먹었으니

나중엔 입에서 단내가 나고 비위가 상해서 무척 고생을 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 고생했던 샌드위치를 다시 먹게 되었는데

그렇게 내키지 않았던,

그 맛이 새삼 괜찮았다.


속에 야채 하나 들지 않고

흔한 소스를 바르지도 않았지만,

햄버거나 피자처럼 요란하고 진한 맛을 즐기지 않는 식성에는

담백한 고소함이 그런대로 괜찮다.


어째서,

그토록 지겨웠던 음식이 그런대로 괜찮게 여겨졌는지

참 묘한 일이다.


세월 따라 식성이 변하는지

나라는 사람이 특이한지,

대부분 사람들도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변하고 바뀌는 일이 음식뿐만은 아닌 것 같다.

생각과 습관, 취향, 가치관도 조금씩 알게 모르게 바뀌는 것 같다.

 

그렇게 싫어했던,

흔히 뽕짝이라고 깔보았던,

난전의 생선 장수 아짐들이나

쓴 막 소주에 상다리 뚜드리던 늙은이들에게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이전의 우리 가요가 요즈음엔 찡하게 가슴을 칠 때가 있고,


책과 글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오래된 책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누렇게 변한 지질이 생소하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안 없이 날선 문맥으로 가득 찬 글이 거북하고 불편할 때가 있다.

이전 언제쯤에는 무척 관심을 가졌고 흥미 있었을 내용 일 텐데.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과 

관념적인 취향, 가치관도 시간 따라 차츰 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계절 따라 바뀌는 풍경처럼

온전히 언제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듯하다.



뒷덱 화분의 꽃이 지난 사월부터 아직까지 피어있다.

다년생으로 환경이 적당하면 화기가 길다는 만데빌라 라는 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스럽게 오랫동안 핀다고 아내가 아끼는 꽃이지만,


봄철의 파릇파릇 연약한 기운과

뙤약볕 아래 한무리 화사함을 피우고,

서늘한 가을바람에도 하늘거리며

혹독한 추위에도 진홍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동백도 있으니,


계절 따라 다른 모습으로 라

잠깐 피는 계절의 꽃이라고 해서,

한철 피는 한해살이 자태를

만데빌라 보다 덜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요,


만데빌라 만이 으뜸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여기는 사람도 없을것이다.

 

이곳, 

저곳에서,

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길거리를 막았다고 한다.


와중에 한강에서는 불꽃 축제가 열리고

태풍 피해에 시름 깊어 울고만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태풍에도 기를 쓰고 근사한 영화제는 열렸다고 했다.

영문도 모르는 돼지는 땅속에 파묻히고..


각자 다른 얼굴과 모습으로 살 수밖에 없는 세상살이다.

개성있고 말도 많은 세상,


너도 있고,

나도 있고,

낯설어 그 녀석 마음속은 더욱 알 길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


너는 틀리고

나만 올곧한가?


너도 틀리고,

나도 틀리고,

이놈도 틀리고,

저눔도 틀리고..


이 꽃이 화사하면,

저 꽃은 은은하고,


봄이라 튜립피면  

동백은 겨울이라야 필 것이고.


욕심 똥구멍까지 안찬 사람이 어디 있노.

그래도,

덜 흉악해서 저울 기우는 쪽은 있을 법도 한데,


이미자의 뽕짝이 왠지 촌스럽지 않고,

이젠 지력까지 딸리니...


이 생각, 저 생각 

복잡키만 허고.


그냥

그냥


어째서 이리 어지럽기만 할까?

고단한 일이다.

 

제발


시간 있으면 태풍에 집 떠내려간 사람 들깨 자원봉사 좀 하고,

복잡한 광화문, 서초역 거리에서 길 막진 말고


중국과 북한에서는 돼지가 모두 죽었다는데

금겹살 만들지 말고 돼지 열병이나 막았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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