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사스러운 사랑

단풍들것네 2019. 8. 22. 09:32

우연히 한 여인의 애절한 삶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일전에 어느 카페에서 읽은 '사랑과 돈'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그 글의 댓글에 많은 분이 사랑보다는 돈이 우선이라 했고, 

특히 여성들께서는 돈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과 돈으로 구분한 이분법의 내용개진이 단선적이기는 했지만,

삶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기도 하니 어쩌면 명쾌한 질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탈북한 모자가 굶어죽었다는 며칠 전 뉴스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난은, 

돈이 없는 것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말을 공감해야 하는가?



돈은 필요한 것이고 

사랑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돈이 없어 고통받는 삶보다는, 

설혹 충분한 사랑이 없는 탓에 행복하고 만족할만한 삶은 아닐지라도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큰 지장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돈이 우선이라는 분들의 생각이

사랑이 덜 소중하다는 말은 아니었을 것으로 여기고 쉽다.



돈도 필요하지만,

당연히 사랑도 필요한 것이다.

사랑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기이한 사랑의 연서로,

훗날 그이의 삶에 논란거리를 제공한 

여인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색으로 사랑에 천착했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라고 했던 청마 시인의 사랑(?)은 매우 특이한 경우이지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의 학문에 평생을 정진하는 일을 사랑하고 

신이 우리에게 주신 자연을 보살피고 

불쌍한 자에게 손을 내밀며

가난한 영혼에게 길이 되어주는 특별한 사람들의 사랑도 있을 것이고


가장 일반적인 사랑, 

남녀 간의 간절한 사랑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간절했던 사랑이 겹처럼 내려앉아 희미해지고 퇴색하여 

이제는 사랑의 감정을 정이라 표현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인 삶이라 여기는 나에게, 


오늘 시청한 방송물,

한 여인의 이야기는 몹시 감동적이다.


오래전에 방영되었다는 레나테 홍이라는 한 여인의 망부가.


푸른 눈의 레나테 홍은, 

냉전시대에 동독으로 유학을 온 북한 남자와 1년 반의 짧은 결혼 생활을 했지만 

10개월이 된 아들과 둘째를 임신 중에 

북한 남자는 강제로 북한으로 호송되고.


여인은 자신의 생애 첫사랑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영원한 사랑이라 여기며,

강제로 호송된 북한 남자를 기린다는 내용이다.



2부는 국제 적십자사의 도움으로 북한에서 남편을 상봉하게 되는데,

정성스럽게 준비한 자신의 선물을 

남편이 전부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얼마만큼 깊길래, 

당연한 선물을,

그이가 전부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이 여인은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름다운 사랑,

아름다운 여인이다.


처음 남편을 마주쳤을 때

독일 말을 잃어바린 남편이 조금 어색했다는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토록 그리던 사랑을,

그토록 기다렸던 사람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처음엔 어색했다는 여인의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밥 묵자,

불 꺼라,

그만 자자.


집에서 종일 세 마디만 한다는 남자들,


이심전심으로 모두 알아 들어야지

나이 들어 넘사시럽게 무슨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하나,

라는 무지하고 정나미 떨어지는 남자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잠자리에서 손 꼭 잡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자.


저녁 밥상에 달랑 깻잎 세장 내어놓는

드세게 변한 아내일망정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자.


사랑, 

아름답고 위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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