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알아 듣기나 할랑가 ?

단풍들것네 2019. 8. 6. 01:27

바람이 심상치 않아 걱정을 했는데, 

매장 안쪽 바닥까지 금방 젖을 만큼

갑자기 세찬 비바람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반 시간쯤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치더니 

금세 햇볕이 보여서 한숨을 놓는다.

날씨정보를 보니 가까운 북쪽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했다는데,

다행히 이곳이 중심에서 벗어난 가장자리라 피해가 적은 편이다.


그래도 바람이 워낙 거세었기에

건물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지붕 두 군데에서 싱글이 몇 장 날아갔네.

그나마 다행이다.


보험회사에서 커버를 해줄 수도 있겠지만,

디덕터블 액수가 싱글 몇 장 수리비 보다 클 테니 

아무래도 그냥 수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지붕수리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통화가 어려워

몇 군데 연락을 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곳에서 피해를 입어 모두 한꺼번에 연락을 하는 모양이다.


싱글 몇 조각이 빠졌으니

당분간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빨리 예약을 해야겠다.




비바람 그친 하늘이 무척 맑다.


대기 오염이 심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비바람 그친 후의 하늘은 이전보다는 맑아진 것 같아 

지붕 망가진 것도 잠시 잊고 한참 주위를 서성이며

모처럼 바깥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낯설게 생긴,

낙엽처럼 말라버린 잎사귀가 무수히 떨어져 한잎 두잎 살펴보니 

프로펠러 모양의 잎사귀들이다. 

아직은 초목들이 한창 푸른 기운을 머금고 있을 때인데

벌써 늦은 계절의 갈색 옷을 입고서는

어디쯤에서 날아왔을까. 




잎사귀 하나하나 생김새가 모두 찍어낸 것처럼 같은 모양으로 생겨

바람을 타면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로펠러 모양의 구조가 바람에 쉽게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식물이 어떻게 알았을까. 


거센 비바람을,


나에게는 뭉칫돈이 들어가는 성가신 비바람을,

이 잎사귀들은

먼 곳으로의 비행을 위하여,

어쩌면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신비로운 자연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바닥에는 

개미들이 쉴 사이 없이 바쁘고,


조그마한 녀석들이 제 몸보다 몇 배 큰 죽은 곤충을 끌고 간다.

한 녀석 힘으로는 부치는지 여러 마리가 들어붙어 

커다란 곤충이 뒤뚱뒤뚱하고 끌려간다. 

개미 한 마리가 힘에 부치는 큰 먹이를 발견했을 때에는 

페르몬향을 뿌려서 무리에게 도움을 청한다는데, 


자세히 보니 다섯 마리이다.



아무리 개미의 악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렴 다섯 마리가 옮기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은 저 커다란 먹이를 끌고 가고 있다.

한꺼번에 힘을 모을 때의 구령은 어떤 신호를 쓸까,


어쩌면 무언의 소통이 몇마디의 말보다 윗길인 셈이다.


신비로운 자연이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땅바닥에 엎드려서 뭐 하는 짓이냐고

고함을 꽥 지르는 마누라,



저 드센 마누라에게,

오늘 이 미물들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알아 듣기나 할랑가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사스러운 사랑  (0) 2019.08.22
누런 포장지 종이 위에 이 글을 쓴다  (0) 2019.08.16
아으 다롱디리  (0) 2019.08.03
술집작부 백화  (0) 2019.06.29
황당한 여인  (0) 2019.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