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다리를 부러뜨려 며칠을 고생했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이전 안경으로 견뎠지만,
오십 년 넘게 착용하여 그냥 몸의 일부분인 셈이니
예상보다 불편이 심하다.
망가졌으면 새로 하나 맞추면 될 일이지만,
이 망가진 안경은 두 달 전에 맞춘 것이라,
항의도 할 겸 안경점을 찾았더니
하필이면 문을 닫고 겨울 휴가 중이다.
다른 안경점에서는
나의 시력 처방전이 없으니
추가로 시력 검사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단골 안경점의 주인이 휴가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더니
아낄 것을 아껴야지
무슨 바보짓이냐고 아내의 잔소리까지 덤으로 듣게 되었고.
눈에 맞지 않은 안경으로 스산해져
안절부절 못하고 날카로워진 며칠이지만,
어쩌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이 안경으로
그간 오십 년
무엇을 보았을까.
세상에 감춰진 것,
어떤 세상일을 세세히 보겠다며
렌즈에 흠집 조금 생겼다고 새로 맞추고,
매년 시력검사가 혹 늦어지면 불안해했는지 모르겠다.
흐릿하면 흐릿한 데로
겹쳐져 보이면 겹쳐진 데로
굴곡져 보이면 굴곡진 데로
숨기려 하는 짓은 숨기게 버려두고
거짓과 허물은 덮어 두게 버려두고
들춰내기 싫은 이들 꼭꼭 여며두게 버려두고
멀어서 가물거리면 먼 곳이라 여기고
높아서 아득하면 높은 곳이라 여길 것을.
초점을 맞추어서
무엇을 보았던가
세속에 숨겨진 것을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새 안경이 반갑고,
세상이 훤하긴 한데,
한길 마음속은커녕
헤픈 말 한마디 구분치 못할
흠집 하나 없는 반지르르 새로 맞춘 나의 안경.
이노무 세상,
볼 만큼 보았는데,
안경,
이제 그만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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