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엎친데 덮친격

단풍들것네 2018. 7. 24. 22:30

‘퍽, 어이쿠!’


잠들었던 아내와 아들이 놀래서 황급히 뛰어내려온다.

‘여보,여보,  아빠,아빠 무슨일이예요?’

컴컴한 지하실 바닥에 나앉아 얼굴을 감싸지고 있는 나를 보고 허둥지둥 영문을 몰라한다.

민망하고, 아프기도 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지만 아무말을 할수가 없다.

아이고 이꼴이 뭔가.

 

얼마전 다시 시작한 담배를 백야드에서 피우기 위해 살그머니 불도 켜지않은 지하실로 내려가던중,

철근 지지대와 사정없이 부딪친 것이다.

컴컴한 바닥을 살피느라 이마를 조금 숙인탓에 그나마 다행으로 이마와 눈두덩을 부딪쳐, 안경테는 휘었지만

안경알은 깨어지지않아 안구를 살짝 피해갔고 얼굴이 찢어지는 큰상처를 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금방 이마와 눈두덩이 부어 오르더니,

하루가 지난 오늘, 오른쪽 눈가장자리에 안경테가 스쳐 페인상처와 시퍼런 멍이 들어, 차마 거울을 볼수가 없다.

아이고 이꼴이 정말 뭔가.

엎친데 덮친격이다.

다음 주중 치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꼴로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난감하다.

 

군대에서 배운 담배를 참 오랬동안 피웠다.

시대가 변하여 흡연자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피운담배를 작년초,

보름간의 입원이 필요했던 수술탓에 어쩔수 없이 그만두었다.

 

맹장이 터져 내부장기가 인펙션되었고, 더불어 소장이 막혀버려, 2 피이트를 잘라내는 수술이었다.

복막염이 될때까지의 그 극심한 통증, 소장이 막혀 근 열흘을 소량의 물만 마실수 밖에 없었던 기막힌 사연과,

그에 대처했던 어처구니 없었던 캐나다의 의료시스팀에 대해선 언젠가는 꼭 글로 써고 싶다.

어쨌던 담당의사는 담배도 여러요인중의 하나이니, 이젠 담배와 영원히 작별하는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담배를 다시 피우다 이꼴을 당했다.

 

요즈음 자주, 밤늦도록 카우치에 기대어 멍하니 앉았는 나를 아내는 조금은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탓에 이런소동에도 평소답지않게 별말이 없다.

단지 아들에게 심히 민망하다.


조금은 괜찮게 나이들어가고 싶은데. 갈수록 그렇지가 못하다.  (Dec.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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