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더부살이

단풍들것네 2018. 7. 24. 11:00

((  새해 첫날부터 아내의 뜻을 거절할 수 없어 

    긴 거리를 운전하여 신년예배에 참석 했습니다.


    건강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케 했던 운전 길, 이전에 써두었던 글이 생각나 올려 봅니다 ))

 

 

“나 그만둘까 봐, 편치가 않아요”

“ .. 좋은 일 한다더니..”

“ .... “

“그럼 그만 두구려,

당신 아니라도 그런 일 하고 싶은 아주머니들 지천일 테니..

이 기회에 이곳 교회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소도시의 사람들이 덜 거칠 테고, 

장거리 드라이브 할 필요도 없고”

 

교회의 무료급식 행사를 마치고 귀가한 아내가 힘들어 보인다.

이것저것 요구와 불평도 많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홈리스들의 무례함에 불편한 마음 탓이다.

 

이곳은 조그마한 도시이지만, 한인교회가 다섯이나 된다.

그런데도 오래전부터 아내는 굳이 왕복 세 시간 거리인 토론토의 교회를 다니고 있다.

 

아내의 토론토행은 이유가 있다.

한정된 교민에 교회가 다섯이나 되지만, 모두 캐나다인 교회에서 더부살이 하는 탓에 

주인들의 예배가 끝난 후에야 겨우 예배를 볼 수 있는것이다. (처음 설립된 한 곳은 자체 건물이 있긴 하다).

언젠가, 

식당청소를 깔끔히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주인의 정중하지만, 사뭇 준엄한 요청이 있었으니, 

자명한 일이다.

예배 끝난 후의 늦은 점심 탓에 다음 날까지 베여있는 김치 냄새를 탓하는 것이다.

 

‘냄새 걱정없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자’

‘그래서는 안 되지 !’

‘.. 노인들도 계시는데..’  

‘..그럼 우짜꼬..’

당연히 설왕설래들 했었고.

 

그런 황당한 남세스러움보다는,

많지 않은 교인들이라 너무나도 가족적인  – 네, 내 집 숟가락이 몇 개인가 하는 갯수 셈을 

아내는 더 못 견뎌 했기 때문이다.

 

십 년 넘어 이웃인 크리스는, 

헬레니즘 문명의 후손인 자긍심이 대단한 사람좋은 중년의 그리스인이다.

언젠가 그들의 잔칫날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그릭 푸드 페스티벌 (물론 홈리스를 위한 것이 아닌) 은 이곳 주민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복합문화의 대표적인 연례행사이다.

 

초록색 돔이 썩 잘 어울리어 고졸하기까지 한 그릭 정교회 건물은 참 준수했었다.

성직자들도 함께 어우러진 그들의 행사에서,

일상 속에 녹아있는, 의식적이지 않아 자연스러우며, 요란하지 않아 더 진솔해 보이는,

교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그네들의 모습은 인상적이고도 독특한 경험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의 삶과 믿음의 형태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 추구하는 것은 다르지 않으리라.

 

어쩌면 단편적이고 피상적일 수 밖에 없는 이방인의 단순한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우리의 초파일, 연등제를 처음 대한 외국인이, 

승속이 어우러진 대단한 동방의 문화라고 감탄할 수도 있는 것처럼.

짧은 시간 보았던 그네들의 모습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일상의 모든 것을 교회에 뿌리를 둔다는 그리스인에게도, 

더 넓은 남서부 온타리오에서는 이곳이 그들의 유일한 교회이고,

그들도 많은 이민자가 있기에 교회가 이민자들의 홀로서기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도운다는 말에,

새삼 우리들의 얼굴이 떠올랐을 뿐이다.

 

거진 일 년 넘은 청빙 기간이 걸렸다는,

이곳 작은 교회의 새로운 목사님의 위임식 초대장이 오늘 또 배달되었다.

이곳에 사는 동안 받은 위임식 초대장이 도대체 몇 번째 일까?

 

상당한 웰페어 수당으로, 전혀 굶주림 걱정 없어 보이는 이곳의 노숙자들에게,

곁방살이, 더부살이의 기품으로,

한결같이 노랑 앞치마와 두건을 둘러쓰고, 

기어코 무료급식 봉사를 해야만 하는 아내와 우리네 아주머니들의 美德을,

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유익한 길이라고 누가 단정적으로 이야기 했었던가?

 

이래저래 심산한 밤, 키보드 위에서 애꿏은 밤이 깊다.  

 

사려 깊지 않은 나는 모르겠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람 사는 이야기 젖혀쳐두고, 

왜 이런 멍청한 질문에 자문자답해야 하는건지.

 

혹, 제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신 분이 계시면,


단지 개인적인 무료급식 후일담으로 이해하시길 부탁합니다. (Ja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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