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고 부엌칼을 갈았다.
숫돌 찾는데에도 시간을 보낸 걸 보니 이 부엌칼을 언제쯤 갈았는고.
이렇게 무딘 칼을 가지고 음식을 했다니,
과부집 식칼도 이만큼은 하겠다던 불평을 들을 만도 하다.
무뎌지기만 하면 새칼을 장만했는지 웬 부엌칼이 이렇게도 많노 ?
내친김에 지하실도 정리를 해야지,
어지럽게 늘려있다,
구석에 쌓였던 사용했던 환풍기 필터, 정수용 소금 봉지, 책..크리스마스 장식품..
구질구질하고 꾀죄죄하기가,
얼마간 아내 손이 미치지 못한 티가 이렇게 대단한가,
커다란 비닐봉투에 쓸어담고 청소기도 돌리고 바닥에 걸레질까지 말끔히 끝내고,
또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래 욕실도 엉망이던데,
천장의 먼지 묻은 환풍기도 틀어내고
고무장갑을 끼고 크리너를 풀어 욕조와 샤워장, 변기까지 싹싹 씻어내었더니 한결 가뿐하다.
그래도 뭔가 미진한데,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어 젖히고 방방마다 청소기를 돌렸다.
거실, 마루, 층계까지 대걸레질로 마무리 하고.
아이고 빨래도 잔뜩 쌓였던데,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법을 모르니 세탁기 돌리는 것은 포기 해야 할 것 같다.
대신 벗어 던져놓은 옷들이라도 착착 개어서 빨래바구니에 가지런히 넣자,
밥풀이 말라붙은 밥솥도 물에 불려서 설거지를 마쳤더니 이내 저녁이 되었다.
급히 세차장으로 가서 아내 자동차도 말끔히 세차를 끝냈다.
최종 마무리는 모두 되었나 보다.
하루가 빠르기도 하고, 종일 움직였던 허리도 뻐근하지만
날아갈 것만 같이 상쾌하다.
이제 병원에서 아내를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몇 주를 시름시름 힘을 못쓰던 아내는 기어코 탈이 났다.
속이 불편하다며 열이 오르고 또 갑자기 몹시 춥다고도 하길래
아차 싶어 응급실로 갔더니 입원을 하라고 했는데
가벼운 급성위염이라며 오늘 퇴원 하기로 했다.
이틀 전의 일이다.
이틀 동안의 그 별별 생각들,
혹시나 하고 ..
혼이 났었다. 아니 식겁을 했다.
늦지 않도록 서둘러 병원으로 가야겠다. 허참,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Feb.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