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ㅂ 선배의 성탄카드

단풍들것네 2018. 7. 24. 11:07

ㅂ 선배께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왔다.

13년 학교 선배 되시는 노인이 또박또박 쓴 카드를 받는 마음은 송구스럽다. 

한동안 인사가 뜸했다는 질책인지, 노인의 소일거리인지.

한참 후배에게 카드를 보내는 마음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저녁에 급하게 술 한병 챙겨서 인사를 했지만, 격식에 메인 송년의 겉치레인 것 같아 그렇게 

편치만은 않다.

 

육 개월을 작정했던 한국 나들이가, 여러 가지 겹친 사정으로 두어 달 만에 

되돌아 왔다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여러 가지를 부인께서 챙겨주셨다.

 

‘이보게, 이제 나 한국은 그만 들어 갈라네, 비행기 타는 것도 어지러럽고, 

그리고 이젠 들어갈 일도 더는 없게 됐네’

 

뭔가 많이 실망스러웠던 내색이다. 

저녁과 함께 술 한잔 하고 가라는 제의를 발치했다는 핑계로 사양하고,

무심하게 되돌아 오는 운전길이 송구스럽다.

 

짐작에 이번의 한국방문은 아직도 미혼인 자제들의 결혼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은 선산이전과 관련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파주가 고향인 선배의 꿈은 고향의 선산에 묻히는 것이었는데.

택지개발로 수용된 땅 문제로 꽤 마음 고생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선산에 묻히고 싶다는 평소의 바램을 포기하는 것 보다는

한국 국적이 없어 배제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법적인 처리 과정이 형제, 친척들에게서의 

서운함과 함께 견디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이고 선배님, 한국에서도 이젠 화장이나 납골 공원묘지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제 선친도 공원묘지에 모셨습니다.’ 

입발랐던 대꾸가 돌아오는 길 내내 죄송하다.

 

꼭 한국에서의 매장을 원했겠는가.

어쩌지 못하는 회한과 그리움의 표현이라는 것을 .

 

내일이 성탄절입니다. 

즐겁고 흥겨운 성탄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칠순노인의 카드 이야기 양해하시길 바라며,

 


여러분께 성탄 인사 드립니다.  (Dec.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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