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 수행기자 몇 사람이 구둣발에 짓밝히며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두 끼 식사만 대접받았다고도 하고. 우린 어려운 시절에도 사랑채의 뜨내기 손님일지언정 그래도 끼니는 챙겼는데. 삼박사일 열두 번의 끼니에 달랑 두 끼 식사를, 사람은 밥심(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으로 사는데, 이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 짓밝히기 까지하고. 이전에도 그랬지만 명동은 여전히 금싸라기 땅이다. 지금은 중국 대사관으로 바뀌었지만, 한성 소학교와 대만 대사관이었던 시절. 명동 뒷골목엔 금싸라기 땅에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중국 음식점이 여럿 있었다. 축구공만큼 부풀어 오른 커다란 만두가 진열된 뿌연 유리창은 남루하고 불결해 보였고, 그 틈새로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촘촘히 늘어섰는데, 그 좁은 골목엔 커다란 담요(Blanket) 모퉁이 하나씩을 챙긴 대만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국산 담요가 쇼핑에서 으뜸이라던 시절이다. 왜소한 체격과 이목구비가 또렷하지 않아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고, 한결같이 뭔가 덜 여문듯해 보이던 모습들, 외국 여행에서 마저 큼지막한 이불 보따리를 제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그들을 보며, 이 금싸라기 같은 땅을 통째로 저들에게 넘겼던 우리의 선조들을 떠올리곤 했다. 소공동에 근무지가 있었던 오래전 내 젊은 때의 일이지만 조선의 임금과 무능한 朝廷 탓이라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중국노선을 개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생항공사인 동방항공의 전산 시스팀을 자문해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90년 초쯤의 일이다. 일의 진행이 쉽지 않아 고생을 했다. 그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문제이긴 했지만, 일의 진척을 방해하는 큰 요소는 도움을 받는 쪽인 그들의 태도였다. 아예 염치라는 말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약속 시각을 지키지 않고,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나 나타나질 않고,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는다며 쉬어야 한다고도 하고, 넘겨줄 수 없는 자료를 내어 놓으라며 생떼를 쓰기도 했고. 통상의 절차를 무시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무례함에 되놈들의 자식이라 경멸했지만,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무례했던 그들의 태도가 지금 생각해보면 중화라는 치졸한 대국 근성이었는지 모르겠다. 중국을 대륙이라고 하니 큰 나라라는 말이다. 그들의 장구한 역사는 문명의 요람이라는 고대 황하 문명을 품고 있으니 동양의 역사라 할 만하고 드넓은 땅덩어리는 아시아의 절반쯤이나 되어 수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으니, 지구상에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려 14%나 된다지 않는가. 그래서 중국인들이 동시에 펄쩍 뛰어올랐다 뛰어 내리면 지구가 움찔하고 움직일 것이라는 우스갯 말도 생겼을 것이다. 서세동점 이전의 15세기 무렵, 명나라 때 정화라는 사람은 선단 삼천여 척에 삼만여 명의 대군을 이끌고 인도양을 누비고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까지 샅샅이 뒤진 후, '세상에서 중국보다 문명이 발달한 곳이 없고 또한 더 건질 것도 없다' 라는 보고서를 남겼다고도 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중국인들은 세계로 흩어져 나가 唐人村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무리를 이루었을 것이다. 어딜 가나 대부분 우중충하고 청결치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남의 땅, 남의 나라 도로명을 자신들의 한자로 표기하며 中華의 기운을 싹 틔운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내 나라, 나의 땅을 내가 지키겠다는데, 이 싸가지 없는 놈들, 감히 네 녀석들이 무슨 참견이냐는 결기는 커녕, 무엇을 위함인지 밤낮없이 빨간 머리띠 동여매고, 건건이 모여서 주먹 흔들며 고래고래 떼를 쓰는, 안에서는 치고받는 귀신이지만 밖에서는 등신이라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우리를 보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내 나라를 잃었던 백여 년 전의 경술국치를 잊지는 않았을 것인데, 어찌하여 이토록 똘똘한 인물 하나 없어 보이는가. 대륙이라는 중국은 큰 나라다. 큰 나라인 만큼 뛰어난 인물도 많을 것이다. 무서울 정도의 그들에 대한 냉정한 연구와 치밀한 고민으로 채워진 든든한 자존감으로 그들을 상대하기는 커녕, 쪼르르 고해바친 3불은 또 무엇인고 ! 밥벌이로 평생 정치를 하고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전문가, 꾼들이 어째 .... 나라를 책임 지겠다는 사람들, 평생동안 매일 아침 쓰디 쓴 소태물 한 바가지씩을 마시면서 쉼 없이 자신을 째찍질 할일이다. 해외에 사는 범부의 생각이지만 울화가 치밀어 올라 글이 매끄럽지 못하다. 比肩繼踵 (비견계종) 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