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편안한 웃음

단풍들것네 2017. 9. 26. 10:09

  어깨와 팔목 관절의 통증이 좀체 가시질 않는다.

이전 같으면 시나브로 괜찮아지곤 했었는데 꽤 오래간다.

기지개를 켜거나 기침 한번 할 나치면 삐끗하곤 해서 에구구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지난 겨우내 물건 하나 집는 것도 불편했고 더구나 운전하는 것은 더럭 겁부터 났기에

이번엔 꼭 병원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성가시기도 해서 미적거렸더니 벌써 해가 바뀌어 곧 겨울이 코 앞이다.

땀 흘리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이 게으름은

아직은 별 탈 없이 추스를 수 있음이라 여기는 어리석음이다.



  정비공장에 자동차 수리를 맡겼더니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십여 년이 지난 연식이니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지난 셈이니 고장이 잦다.

그래도 고쳐서 타고 다녀야지   

조금 낡고 생각지도 않은 목돈이 들어간다고 버릴 수는 없는 일.

겉은 멀쩡한 것 같은데 이곳저곳 말썽을 부려 꼭 나를 닮은 것 같다.

 

  시간이 넉넉하여 태워 준다는 셔틀 서비스를 마다하고 

오랜만에 걸어서 집에 가기로 했다.

최근, 아니 수년 내에 운동 삼아 걸어본 적이 언제쯤이었는지 기억이 없는데,

대략 삼 킬로 정도 될 테니 가볍게 걷기엔 딱 좋은 거리.

잘된 셈이다.


  걸어보니 매일 다녔던 길이 새삼스럽다.

한적한 기차선로가 그림 같아서 손전화기에 담아 보기도 하고.

그 사이에 이마와 팔뚝에 모기가 달려들어 금세 부풀어 올랐지만 

맑은 공기로 여유로워진 마음은 인적 드문 선로에서 한참을 머무르게 한다.





  그런데, 

고작 삼 킬로를 걸었다고 가래톳이 생겨 며칠을 불편했다.

어이가 없어 내색도 못하고 한동안 심란했는데

별 운동 없이도 아직은 추스를 수 있다 여겼던 어리석음이다.

 

  노부부가 조용히 매장으로 들어와서는,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견인차를 부르고 싶은데 전화기를 빌려 달라고 한다.

손전화기 배터리가 방전 되었다는 말인지 손전화기가 없다는 말인지는 뒷말을 흘리니,

어쨌든 전화를 좀 쓰고 싶다는 말이다.


  견인회사에 이곳 거리 이름의 스펠링을 떠듬떠듬 불러주던 남편은 

스펠링이 의심스러운지 부인에게 확인하는 듯하여, 

정확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부인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무척 편안한 웃음이다.

미리미리 자동차 관리를 못해서 불편한 일을 겪게 한 남편에게 불평이 날만도 할 텐데,

참 편안한 웃음이다.



     언제까지 추스를 수 있다고 ?


어리석은 고집이 넉넉하고 편안한 노부인의 웃음과 많이 대비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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