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로 접어들며 며칠을 드문드문 비를 뿌리는 날씨.
이즈음의 비는 꽃을 피우게 한다고 사람들은 반기지만,
찌뿌듯하게 흐린 날씨는 긴 겨울에 지쳐 고단해진 심신으로 그런 여유를 가지기에는 무던치가 않다.
이른 아침엔 언제나 서두르는 운전 길이 바빠 미쳐 주위를 살필 짬이 없는 일상이지만,
유독 오늘 아침에 마주한 의외의 전경이 묘하여 출근길이 조금 늦고 말았다.
홀연히 눈 앞에 펼쳐진 전경,
순간 혼란스러워져,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위험을 무릅쓰고 고속도로 진입로에 잠깐 멈춘 채 손전화기의 카메라를 재빨리 찾는다.
운전 중에 손전화기를 사용하면 벌금이 백 여만 원이라는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진 한장을 겨우 담았다.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조심조심 차선을 비껴 가는 뒤차들에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하며,
무의식적으로 이 전경을 담아야겠다고 느꼈던 연유를 생각한다.
출근길의 하늘은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동녘부터 차츰 개여오는 듯 싶었는데,
지평선을 따라 나지막하게 깔려 펼쳐진 검은 구름은,
영락없이 야트막한 산세(山勢)를 띄고 있었다.
높은 빌딩이라곤 좀체 없이,
낮은 건물들과 너른 들판으로 끝없이 펼쳐진 여느 때의 지평선과는 아주,
사뭇 다른 전경이다.
야트막한 산세의 잊을 수 없는 전경,
속 깊은 곳에서만 머물렀던 이 풍광은,
언제나 눈에 익어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던 오랜 기억 속의 잔영이다.
잠깐 이십여년 전 으로 훌쩍 들어간 느낌으로 한동안 머물렀다.
눈에 보이는,
눈으로 감지하는 어떤 현상이 익숙하고 이미 접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기시감(旣視感)이라는 현상 때문인가 ?
오랜 시간을 거쳐 나의 것이 되어 버렸던 것에 대한 의미를 새삼 꼽아보며,
묘한 기분으로,
종일을 어리둥절하게 지나다. (Apr.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