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진 찍어 보아야 누가 봐 주기나 하나?

단풍들것네 2019. 11. 2. 08:21

무리지어 하늘을 뒤덮은 기러기들의 비행이 잦다.

빈 들에 떼지어 내려앉아 떨어진 알곡을 찾는 걸 보니 

긴 여정을 떠날 시간이 멀지 않았나 보다.


공중을 차고 오르는 몸짓이 바빠 보이고

비상하는 날개짓은 허전하리만큼  넓어 보여

만추의 빈 들녘이 더욱 쓸쓸하고 애잔하다.


이다지 깊어가는 계절에 

그럴듯 한 가을 이야기 하나 써 보고픈 욕심이지만

기러기들의 줄지은 공중 비행에서

얼마 전에 올렸던 비행기 사고 이야기가 생각나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일까,  에효~  


생각난 김에 

생존 확률이 거의 희박한 비행기 사고 이야기 한번 해야겠다. 



아마 80년대 말에 

탑승객의 절반이 불타 죽었던 안타까운 대형 비행기 사고가 있었다

그 이전, 이후로도 숱한 대형 폭발, 추락사건이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 트리폴리 공항에서의 추락사고로  

탑승객 대부분이 리비아 공사판에 투입된 인부들이었는데,


사고 이후에 유가족과 직접 부대끼며 한달여간 그들과 함께했던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다. 



이런 대형사고가 나면

유가족은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 아연실색하게 되고  

회사도 유가족을 한 곳에서 상대하는게 편리하니

사고수습을 위해서 한 곳으로 집결 시키는데

88 체육관 같이 넓은 공간,  또는 관련회사의 사무실을 통채 비우고 

유가족이 숙식을 제공 받으며 사고 수습때까지 머물게 된다.


유가족들은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슬픔에 울부짓고,  

곧 슬픔이 분노로 바뀌어 기물을 파괴하고 난동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에게 숨어 있던 것 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가족을 읽은 슬픔보다 우선하는 

사람들에게 숨겨진 것은 무엇이 있을까? 




유가족 1


변변한 직업이 없어 고생이 심했던 아들은

마음 다잡고 리비아 공사판에 지원을 했는데,

며느리는 몇해전에 어린 남매를 두고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갔다.


까맣게 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아들,

불탄 주검은 가족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 해야된다.

국과소 시체 안치장에서

주검이 자신의 가족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 못할 짓이다


어버지는 그래도 기어코 아들의 모습을 확인하겠다고 했는데  

불에 탄 아들을 확인하고 충격으로 일그러졌던 아버지의 절규를 나는 차마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는 이전에 ㄱㅇ토건이라는 파산한 회사의 해외인력 송출담당 임원이었다는데,

사우디같은 공사판에서 사고를 당하면 

동물 뼈를 대충 수습하여 시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어니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집을 나간 며느리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울고불고 하면서 나타났다며

분노에 찬 노인은 절규를 했다. 


유족에게 지급될 사망금 때문이다.




유가족 2


사십중반의 사내는 동생을 잃었다.

사십중반 이지만 특이하게 머리가 전부 하얗게 바래어 유독 눈에 띄었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던 사내,


한달동안 한쉬도 자리를 뜨지않고 부인과 함께 유가족 대책반에서 생활을 한다.

잘 챙겨먹고, 잠도 숙면을 취한다,

간식은 선착순으로 챙기고

옆 유족과 어울려 한잔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매일 고스톱을 친다.


경상도의 조그마한 소도시 출신으로 

가족이 형제 뿐이라는데 하나 뿐인 동생이 이번에 사고를 당했다.


가난한 형님집에 빌 붙어사는 시동생을 눈에 가시처럼 구박했다고

경상도 같은 동네에서 산다는 위로차 들렀던 할머니가 귀뜀 하는 말이다.


그렇게 구박하더니

죽은 동생이 형님 살게 만들었다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부인과 둘이서, 

남 시선 게의치 않고 잔칫날 처럼 활짝 웃던 사내의 웃음이 이유가 있었다.  




유가족 3


DNA 검사라는 신기술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인지

불에 타버려 형체를 알수없는 주검들의 확인은 쉽질 않다.


불에 타지 않는 몸에 지니고 있던 흔적들이 신원 확인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매일 국과소에서 시체점검을 하고 특이한 경우룰 발표한다.


한 주검에서 쇠구슬 3개가 발견되었다.


젊은 여인이 황급히 뛰어 나오며

숨가쁘게 큰 소리친다.


우리 남편은 5개 박았어요.

그 구슬 좀 보여주세요.

어떤건지 내가 보면 알수 있어요.


부끄럼도, 창피도, 체면도 내 팽겨쳐지는 질박한 삶의 생생한 모습이다.




유가족 4


사망자들은 대부분 시골 출신들이 많았다.  

시골 동네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유가족을 위로한다며 단체로 상경하여

장기간 유가족 대비소에서 죽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숙식제공, 간식, 술.. 

원하는 것은 잡음을 피하기 위해서 모두 무료로 제공이 되니 이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


거나하게 술이 취한 중년사내,

이 사내도 시골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올라온 사람이다.

유가족이 아닌, 그냥 사망자의 동네사람,

유가족을 위로한다는 핑계지만,

관광차 서울 나들이 온 사람이다.

.


야, 내가 말이야

너무 슬퍼서 참을수가 없어

심장이 터질것 같이 

너무 슬퍼서 잠을 잘수가 없어니 룸살롱에 가서 한잔 해야 풀릴것 같아


어쩔수 없이 룸 살롱에 모시고 가야 한다.

 




비행기는 사고가 나면 생존 확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부부는 같은 비행편을 보통 꺼려 하는 편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비행은 어떤 모습일까?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니,

모두 한껏 부풀은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먼 곳으로, 낯선 곳으로 , 

잘 다녀오면 그만큼 보람된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비행기 사고의 끔찍함을 기억하는 나는 비행기 타는 여행은 아예 진저리를 치게된다.


이글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귀싸대기나 돌뭉치를 맞을수도 있겠는데,


사고는 혹시나,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 

될 수만 있으면 비행기 타는 해외여행만큼은 자제하면 좋지 않을까?



철뭉치 조금 높게 용접한 에펠탑 앞에서 사진 찍어 보아야 

칼들고 싸우던 노예들은 이미 모두 죽었는데 쓰러져 가는 콜로세움 옆팅에서 사진 박아야 

노예들이 채찍질에 죽어가며 쌓았던 만리장성에서 브이자 그리며 사진 박아야 

이짝 저짝에서 훔쳐다 장물 전시하는 루브르 앞에서 사진 찍어 보아야, 

그기 뭔 대수일까?


비행기 타는 걱정 필요없이


태백준령의 백두대간에서 민족의 정기를 품어보고

불영사 계곡의 불타는 단풍은 가슴에 담아보고

대장경 해인사에서 부처님도 그려보고

땅끝 해남에서 나의 나라라고 하는 좀 묵직한 주제도 생각하고

더 넓은 전북 들녁의 만석보에서 왕조말의 농민들을 한번쯤 떠 올린다면

공포의 비행기 여행보다 한결 윗길이지 싶어서


이전의 경험담 하나 기를 쓰고 올린다.


울긋불긋 단풍 든 등산복 차림에 

해외에서 사진 찍어 보아야 누가 봐 주기나 하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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