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라 거리도 한산한데 개인적으로 바쁠 일도 없고 매장까지 텅 비었으니
며칠 여유롭고 좀 살만하다.
엊그제만 해도 몇 푼 얻겠다며 종종 거렸던게 우습기도 하고.
사람들과 부닥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어쩔수 없이 붙잡고 있는 이놈의 비즈니스가 해결되어
요런 좀 사람답게 사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이 채널 저 채널 바꾸어 가며 고국 뉴스를 검색했더니 벌써 하루가 후딱 지났다.
문 stop
장외집회
좌파
독재
대변인
토착 왜구
오늘 고국의 뉴스를 장식한 몇 가지 단어들이다.
웬만하건 매일 듣는 말이니 지겹기도 하고 그런가 하는데,
토착 왜구란 낯선 말이 들려 움찔했다.
왜구라면,
삼국시대부터 시작하여 임진란 전후로 극성을 뿌렸고
이후 구한말까지 남쪽 바닷가에 출몰했던 섬나라 해적들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한창 번창했던 시절에는,
한반도 중부지역까지 출몰하여 백성들을 괴롭혔고
아마 남쪽 바닷가 지역에서는 지역의 토호 무리와 지방 관리들과 은밀히 결탁하여
불쌍한 백성들을 오랫동안 지지고 볶았던 야만인들이다.
전남 고흥에서 장수 집안으로 유명한 서 씨 집안 출신인
102세까지 장수하신 나의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젊은 시절에 식량 등속을 바꾸러 동네에 나타난 섬나라 왜구들을 자주 목격했고
생김새는 원숭이같이 생겨 먹었는데,
새까맣고 작은 키에 사타리만 겨우 가린 훈도시에 긴 칼을 차고 다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런 왜구가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말일까~
야당 여성 정치인을 두고 한 말이라 하는데
웬 여성이 요새 세상, 개명 천지에 넘사시럽게 훈도시를 차고 다니노?
그 어렵다는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 즐비한 정치판이 지지리도 지지고 볶는다.
달달 외우기만 잘하면 고시 붙는다고 했다더만,
똘똘한 사람이 없는가?
좌빨 빨갱이,
아고오,
이 말도 지겹도록 우려먹는다.
사회적 불평등에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이 어째 북쪽 공산당과 같을까,
우파 수구꼴통,
이 말도 지겹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째 우파라고 가진 자들 편만 든다는 말일까.
못난 선조들 탓에 내 나라를 잃었던 백여 년 전의 경술국치와,
우짤수 없이 외세에 휘둘려
동족끼리 치고받고 싸운 남사스럽고도 부끄러운 전쟁이 끝난 지가 반세기도 훌쩍 지났건만,
얼마 전에는
우리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 수행기자 몇 사람이 구둣발에 짓 밝히며 뚜드려 맞고,
달랑 두 끼 식사만 대접받았다고도 했던데,
무엇을 위함인지 밤낮없이 빨간 머리띠 동여매고,
건건이 모여서 주먹 흔들며 고래고래 떼를 쓰는,
안에서는 치고받는 귀신이지만 밖에서는 등신이라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우리의 자화상.
밥벌이로 평생 정치를 하고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전문가들이
어찌하여 이토록 똘똘한 인물 하나 없어 보이는가.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사람들,
평생 동안 매일 아침 쓰디쓴 소태 물 한 바가지씩을 마시면서 쉼 없이 자신을 째찍질 할 일이다.
너, 나, 우리 모두가 한사람 빠짐없이
좌파 빨갱이, 우파 수구꼴통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노,
우물 안과 장독 속의 개구리들처럼
우리끼리의 헐띁는 쌈박질일랑 이제 제발 그만두고
모두 머리 맛 대고 노력 좀 하자.
미중 외세의 견제 탓이겠지만,
그토록 민족의 염원이었던 남북의 대화가 비핵 문제로 삐꺼덕 거리는 것 같다.
우리의 민족이 언제까지 외국 놈들 때문에 떨어져서
불구 대천지원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가,
우리를 제외한 외국 녀석들,
북쪽,
남쪽,
모두 그냥 코리안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해외에 사는 나와 같은 범부도 깨닫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일까.
제발 쌈박질 그만두고
코리안의 문제를 우리끼리 해결하도록 머리를 좀 싸매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