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누라

단풍들것네 2019. 4. 14. 07:19

느닷없는 호출에

후다닥 정리를 한다.


지금이 몇 시고? 


손님도 없을 텐데

뭐 하고 있노


분명 구시렁~ 

덧붙였는데. 



아름아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긴 하루


문풍지에 바람 세듯

홀랑

훌러덩

빠져나가 


바쁘기만 했나 !.


아니야, 

숨도 차더구먼 


당신, 말이야

혈압이 높아


대단히 스페셜하다는 닥터란 자가 그랬는데...


인정머리라곤 없는 놈들아

우째

지폐 한 장 채 남기지 못하는 하루 이더냐.



늦은 밤

텅 빈 도로엔

노오란 불빛이

오렌지 터지듯 솟아져 내려.. 

솟아져 내려도


내 낡은 자동차엔 괜한 호사 일 뿐이건만,


빨간 토마토,

시큼한 능금보다

텁텁한 바나나보다는

그래도 오렌지가 싱그럽고 쥬쉬하긴 하지


푸석했던 마음이 조금은 살폿하다




바람 일어

아쉬운 밤은 깊어만 가고

냉한 바람은 차겁기도 한데 



깊고 굵은 어둠 속

가녀린 전등 하나뿐인 현관 너머 



소박한 내 저녁밥상



그래도

풍성하긴

꺂잎 두장보다는 하마 낫네.




고단한 마누라,


빨리 나아야 할 낀데

어째 저리 오랫동안

골골 하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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