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호출에
후다닥 정리를 한다.
지금이 몇 시고?
손님도 없을 텐데
뭐 하고 있노
분명 구시렁~
덧붙였는데.
아름아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긴 하루
문풍지에 바람 세듯
홀랑
훌러덩
빠져나가
바쁘기만 했나 !.
아니야,
숨도 차더구먼
당신, 말이야
혈압이 높아
대단히 스페셜하다는 닥터란 자가 그랬는데...
인정머리라곤 없는 놈들아
우째
지폐 한 장 채 남기지 못하는 하루 이더냐.
늦은 밤
텅 빈 도로엔
노오란 불빛이
오렌지 터지듯 솟아져 내려..
솟아져 내려도
내 낡은 자동차엔 괜한 호사 일 뿐이건만,
빨간 토마토,
시큼한 능금보다
텁텁한 바나나보다는
그래도 오렌지가 싱그럽고 쥬쉬하긴 하지
푸석했던 마음이 조금은 살폿하다
바람 일어
아쉬운 밤은 깊어만 가고
냉한 바람은 차겁기도 한데
깊고 굵은 어둠 속
가녀린 전등 하나뿐인 현관 너머
소박한 내 저녁밥상
그래도
풍성하긴
꺂잎 두장보다는 하마 낫네.
고단한 마누라,
빨리 나아야 할 낀데
어째 저리 오랫동안
골골 하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