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톱 밑에 검은 물이 많이 들었네.

단풍들것네 2019. 3. 26. 00:10

부엌칼이 무디다며

마누라 신경질을 와락 낸다.

  

  '우찌 밥값도 못하노

  '여자들만 사는 집 칼도 이보다는 낫겠네 


한 끼 얻어 먹으려면 부엌칼 좀 갈기는 해야겠다.

근데 이놈의 숫돌을 어디에 두었더라,

쓰고는 제 자리에 신경 써서 챙겨 두는데도 매번 찾게 된다.


요즈음에는 

다이아몬드 숫돌이 있다던데

어디서 파는 건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으니,

옛날 아날로그식 숫돌을 그냥 쓴다


색깔이 조금 거무틱해서 그렇지

이게 이래봐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20년 된 품질 좋은 한국산이다.

내 생각엔

숫돌은 회색빛에 거무튀튀해야 양질이라 여긴다. 



근데,

칼날이 무뎌지기만 하면 새깔을 장만했는지

무쟈게 많네.


이왕 하는 김에 

팔을 걷어붙이고 

숫돌에 물을 부어 가며 

정성껏 세심하게 날이 서도록 갈았다.



항개뿐인 할망구 

날이 갈수록 어째 저리 사나워져 갈까,

어쨌든 고마워 할랑가나 모르겠네.


두어 시간 싹싹 갈았더니 

손톱 밑에 검은 물이 많이 들었네.


열심히 했다며 

이제 고만 끝 했더니,

 

아직도 두 개가 더 있다네.


빌어먹을 밥 한 끼 하는데 뭔 칼이 그리 많노



누구는,

등산용 얼음도끼로 마누라 가족을 위협했다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더만

나는 밥 한 끼 못 얻어먹을까

사나운 마누라의 눈치나 보고.


참 세상 사는 기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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