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냄새 (臭)

단풍들것네 2017. 8. 2. 07:28

 세상의 절반은 여자고 당연히 나머지 반은 남자다.


     ' 돈 좀 있게 생겼네 ' 또는
     ' 찌질하게 없게도 생겼네 ' 는 세상의 절반인 여자가 남자를 처음 대할 때 떠오르는 생각이고,


     ' 괜찮게 생겼네 ' 또는
     ' 어이쿠. . . 박색일세 ' 는 세상의 절반인 남자의 반응이라며,


언젠가 '인간연구' 라는 방송물을 본 적이 있었다.
거친 표현이긴 했지만, 인종이나 문화의 차이를 감안 하더라도
처음 대하는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사람 (男, 女) 들의 원초적인 감정을 절묘하게 드러낸 것으로 생각했었다.

돈(錢)과 美가 상대방의 가치를 처음 재단하는 척도인 셈이다.  

그런 까닭인지,
못할, 아니할, 하지 말아야 할 짓 - 남자들은 참 많이도 한다. 돈(錢) 탓인가 ?


 마릴린 먼로가 잠옷 대신 입었다고 해서 전설이 된 샤넬 No.5 라는 향수가 있다.
요즈음에도 이 향수가 전설만큼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카스 병만큼도 안되는 이 작은 향수병에 많은 여인이 거금을 투자하는 것이 가꾸어 보여지길 위한,
방송에서 이야기한  여자의 美 때문이 아닐까.


 돈(錢)이나 돈을 투자한 향수가 아니라도,

살면서 향기에 행복해지는 경우를 가끔은 만난다.
이른 아침 동네 빵집에서 풍겨오는 갓구워낸 고소한 빵 내음이 그렇고,
떠난 옛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갓 볶은 원두커피의 진한 향이 그러하고,
좌판 위의 잘 익은 과일 향에서는 고향 집을 떠올리기도 한다.
배내옷에 둘러싸인 아기의 숨길, 그 경이로은 새 생명의 냄새는 또 어떠한가.


그런데, 
며칠 사이에 향, 즉 냄새 때문에 행복해지기는 커녕 고약한 일을 겪었다.


 카레는 인디언들의 유명한 음식이다.
걸쭉하고 노르스름한 액체를 음식에 뿌리고 섞어 먹는 향이 강한 향신료로 중독성이 강하여
길들여지면 꽤 먹을만하다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처음 대하면 그 냄새가 조금 독하긴 하다.

옆 유닛이 인디언 식당인 탓에 어쩔 수 없이 이 향과 오랫동안 함께하긴 했지만,
유독 최근에 그 냄새가 심했다.
온종일, 지하실에서 지름이 2m는 족히 되는 솥에서 이 카레를 밤낮으로 끓여대는데
그 독한 냄새가 사업장으로 베여 들어 고객들의 불평이 심한 것이다.


     " 어이, 주인장 !
       실내에 웬 고린내가 이렇게 심하냐 ? "


지하실의 환기 장치가 고장 났던지 폐유 처리과정의 잘못인것 같다.

식당 주인과 빌딩 관리인에게 고충을 알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고쳐지질 않는다.
치솟는 울화에 시청 위생과에 신고 하려고 전화기를 몇 번이고 들었다가 내려놓길 종일 반복했다.

신고 하면 득달같이 시청직원들이 달려 올 것이고,
저 식당 놈은 즉시 몇 주간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수리 후에 검열, 재검열 받느라 곤욕을 치를 것이다.
빌딩 주인 녀석도 관리 소홀로 벌금깨나 뚜드려 맞을 것인데.


 사람살이가 수울치가 않다.

산속이나 외딴섬에서 홀로 살 수 없는 일이니
헬렌 켈러 할머니의 말처럼 (Alone we can do so little, together we can do so much - Helen Keller)
함께 더불어 부딪히고 부대끼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고,
處處作主란 말처럼 어디에 살건 자신의 몫으로 가꾸어야 할 일이건만,

사람사는 냄새 하나에 이렇게 부산을 떨며,
더불어 사는 것을 고달픔이라 여기니,


아직도 갈고 닦아야 하는 수양이 덜한 탓일 것이다.   (Ap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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