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낙네

단풍들것네 2017. 7. 8. 11:14

 산하 기행, 한국의 재발견, 고향, 밥상...
엇비슷한 구성의 우리의 것을 발로 뛰며 찾아가는 방송이 요즈음 흥미를 끄는 모양이다.
절실했던 민주화와 고단한 삶의 투쟁으로 치열했던 시대를 뒤로하고 이젠 우리의 삶이 그만큼 여유로워진 것 같아
반가운 일이다.


 싱그러운 그림과 잔잔한 해설이 어우러진 영상은 아련하고 어렴풋한 고향의 추억과 유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여
가끔 시청하게 되는데, 간혹 언짢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시골 농가나 산, 어촌의 아주머니들을 지칭하는 해설자의 ‘ 아낙네 ’라는 말을 듣게 될 경우이다.

표준국어 사전에는 [ 아낙네 :  남의 집 부녀자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 ] 이라고 하니
‘ 여편네 ’ 처럼 낮잡아 부르는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이 단어를 대하면 아주 불편해진다.
 
 개인적인 경우이지만,
만약 나의 아내와 내 누이들을  ‘ 아낙네 ’ 라고 지칭하는 용감한 자가 있다면,
내가 느꼈을 거북함을 감지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아둔한 녀석의 두꺼운 귀싸대기가 아마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꼭 집어 뭐라고 할 수 없는 -  대상을 비하하는 듯한 話者에게 내재된 무의식의 오만이 보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일본인이 촬영했다는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제목이 [ 젖가슴을 드러낸 조선의 ‘아낙네’ ] 정도로 기억되는 사진이다.  
허름한 차림새에 고단과 궁핍함이 고스란히 베인 조선의 여인들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그 사진을 보고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하여,
사진 제목으로 쓰인 이 ‘ 아낙네 ’라는 단어가 내게 그런 정서를 갖게 했을 것이다.
쓰다 보니 ‘ 아낙네 ’라는 단어가 괜한 젖가슴으로 옮아버리게 된 셈이다.



                              (Google 에서 따옴 )


 오래전에 보았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위의 사진들은 조선인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민족으로 선전 키 위한 일본인의 의도적인 조작이라는 의견도 있고,
조선 후기, 구한말 하층민들에게 만연했던 풍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조선의 여인들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사료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겠지만,, 
잠깐 살펴본 바로는 부끄럽게도 그 시대 우리들의 실상이 가감 없이 묘사된 한 단면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친김에 ‘ 아낙네 ’ 탓에 연관되어 찾아보게 된 자료를 옮겨 보자.
 
 한복의 복식사는,
    [ 조선 중기까지 저고리가 허리 밑까지 내려왔으나 점점 짧아져 조선 후기, 구한말에는 저고리의 길이가 일자형 앞섶과
      소매가 일치할 정도로 심하게 짧아져 치맛 말기를 가려 주지 못함에 따라 치마와 겨드랑이 밑을 가려주기 위하여 한자
      정도 되는 넓은 띠를 이 부분에 메었다. ] – (위키 참조)
 
 성호사설의 안정복은  ‘ 부인들의 의복이 저고리와 치마가 연결이 안 되고 저고리가 짧아서 허리를 가리지 못한다 ’ 고 했고,
그 후대의 제국신문과 동아일보에서도 귀천 불구 가슴을 드러내고 다니는 풍속을 개탄스러워 했으며, 
다수 서양 선교사들의 글에서도 이러한 풍속이 언급되고 있다.
단원, 혜원, 기산 김준근의 작품에서도 가슴을 드러낸 여인들의 풍속도를 다수 발견할 수 있으며,
남아선호 사상에 따라 아들을 생산한 여인들은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사조도 있었다고 한다.
 
 유교적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던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아 파격적이기 까지 한 이러한 풍속은 어떤 연유에서 이며,
조선 후기, 구한말의 여인들이 너나없이 모두 젖가슴을 꺼내어 놓고 다녔다는 이 사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정교한 통치 제도하에 성리학이 오백 년을 지배한 교육, 문화, 사회, 사상과
왕조 초기부터 백성의 윤리와 가치관을 위한 행실도라는 책자를 발간했던 조선이었다. 
개화기의 전환기적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던 조정의 무능,
그리고 혼란한 내정, 외교의 암울한 시대상과 우리의 어리석음이,
기존의 관습들을 야만과 미개한 사회로 규정하고자 했던 일본인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결과물일 것이라 생각된다.
 
 과학과 기계문명의 산업화가 문명사회라고 여겼던 일본인과 서양인들의 시각에서는,
일부 하층계급의 벗어젖힌 젖가슴이 그들의 목적인 침략과 선교를 위하여, 
이 얼마나 반가운 존재였을까 !
 
 혹 이 글을 읽는 여성분들이 직접  ‘ 아낙네 ’로 불린다면 어떤 느낌이실지 사뭇 궁금하다.
속 좁은 나에겐 언제쯤 정겨워질는지 모를 ‘ 아낙네 ’ 탓에 그만 장황해져 버렸다.


어쨌든 ‘ 아낙네 ’ 분명 아름다운 우리네 말일까 ?     (Jan,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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