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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단풍들것네 2018. 11. 4. 03:30

선의는 절대 베푸는 것이 아니다.

특히 여인에게. 


예순다섯 개 되도록 숱하게 당했으니 이젠 어느 녀석이 무슨 소릴 해도 선의나 호의는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또 물러 터진 마음탓에 호되게 당했다.


선의는 남에게 밝은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라고들 하니 사람의 도리이다. 

그러니 기본적 덕목인 선의나 호의를 베풀지 않겠다는 다짐이 우습게 보일 수 있겠으나,



화장실을 좀 쓰겠다는 여인,

용변이 꽤 급해 보인다. 


잠시 망설였지만, 

몸을 비틀며 금방 옷에 쌀 것만 같은 태도에 마음이 약해졌다.

뒤쪽 화장실을 가르쳐 주었더니 

부리나게 뛰어 들어가며 화장실 문을 소리 나게 닫는다.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다.


볼일을 끝내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황급히 나서는 여인을 보며

괜히 화장실을 빌려주었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고맙다는 인사를 기대할까.

어쨌든 잘했다.

아마 여인들은 배뇨관이 짧아 남자들 보다는 참기가 어렵다고 했지,

그리고 길거리에서 옷에 싸게 그냥 둘 순 없지 않은가.




마감 무렵에 화장실에 들렀더니

난장판이다.



화장실 바닥엔 가득 넘친 오물이 흥건하고

막힌 변기엔 생리대와 휴지, 오물이 그득하다.



아~~

이 육시랄 예편네를 ~~

쥑일 인간이네 ~~

하이고 ~

우짜몬 좋노 ~




욕지거리를 참으며 청소하는 데 애를 썼다



앉아서 오줌을 누는 사람,

오줌 누는 소리가 '쐐에에~'  하는 인간들에겐 절대 화장실 빌려주지 말아야 될 일이다.



오영수 선생도 박학도라는 단편에서 그랬다. 

남자는 쏴 하고 누는데,

여자들은 왜 '쐐에에~' 하고 오줌을 누느냐고. 


빌어먹을 예편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