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승
아내는 종일 덱 청소를 했다.
어김없는 아내의 봄맞이 행사.
쌓였던 먼지를 말끔히 털어내고,
겨우내 덮개를 쓰고 있던 등나무 의자는,
얼마나 씻었는지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
무게가 꽤 나가는 햇볕 가림막까지 설치하더니,
저녁엔,
'에구구 허리야'
소리를 기어코 했다.
에구구 앓는 소리,
이젠 모른 체한다.
'허 참, 대충 하고 삽시다' 라는 말,
그간 어지간히도 했었다.
아내의 정성스러움 탓에 먼지 한 톨 없이 정돈된 탁자.
반질반질한 탁자 위에 벌 한 마리 내려 앉았다.
아이고 위험스럽기도 해라,
아마 엘로우 재킷이라는 땅벌인 것 같은데.
조심조심,
벌침에 쐬면 큰일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꿈틀꿈틀,
어째 행동이 부자연스러운데?
한쪽 날개가 조금 꺾인 듯하다.
위험하긴 해도 파리채로 내려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더러운 파리채로 뭐 하는 짓이냐고 잔소릴 들을 테고.
아서라,
어디서 다친 날개짓으로 찾아와,
내 집 뒤 덱에서 휴식을 치하는 상처 입은 미물.
더구나,
살생을 금하는,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바싹 밀어버린 모습이 어색한지 연신 머리를 매만지고,
엄마 품에 안겨 그만 울음을 터트리지만,
부처님께 올리는,
가사를 걸친 동자승의 큰절이 제법 엄숙하고 진지하다.
네 부모의 지성 깃든 불심처럼,
자비를 베푸라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베풀고 나누라는 부처의 가르침이,
어른들이 만들어 낸 오늘 하루 볼거리가 아닌,
저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아이야,
아이야,
사랑스러운 아이야,
아무렴,
큰 절간 옆엔 룸살롱이 번창한다는,
저 머리 깎은 어른들은 본받질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