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중한 것

단풍들것네 2017. 7. 4. 00:05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블라인드가 부딪히고 있다.
조금 기운을 차리는 걸 보고 환기도 시킬 겸 창문을 열어놓고 그새 아내는 외출을 했나 보다.
 
 며칠을 심하게 앓았다.
부단히 피곤하고 삭신이 쑤시는 걸 억지로 참으며 필경 고생 좀 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종내에는 며칠을 드러눕고야 말았다.
전력이 있으니 아내는 꽤 노심초사 했을 것이다.


 오 년 전쯤 근 열흘 이상 계속된 극심한 통증에도 버티다 사업장에서 쓰러졌었는데,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정색하며 ‘ 네 가족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건 큰 행운이다 ’ 라고 했었다.
맹장이 터진걸 열흘 이상이나 뭉기적거렸으니 ..
집도 의사는  ‘ 아이구, 네가 사람이냐 ? ’ 라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아내는 알고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라 벌려놓았으니.
 
 열어놓은 창문으로 햇볕이 내리쬔다.
노랗게 내리쬐는 사이로 먼지가 나풀거린다.
어쩌면 미세한 움직임이 아름답기도 하다.
살포시 살포시 내려앉나 싶더니 침대에서 몸을 조금만 뒤척이면 금세 또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다.
그렇게 깔끔하게 구는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저렇게 많은 먼지가 쏟아져 나올까.
 
 텅 빈 집안이 적막하다.
아래층에서 간헐적으로 냉장고 작동하는 웅웅 거림이 들리는 것은 며칠 만에 정신 차린 뒤의 예민해진 청각 탓일 것이다.
세상의 일에만 귀 기울였던 며칠 전에는 들을 수 없던 소리,
규칙적인 것인가, 불규칙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을 기다리고 또 세어 보기도 한다.
 
 사업장 일의 걱정에 운전대 잡는 일이 버겁지만 집을 나왔다.
오후의 햇볕이 많이도 부시다.
큰길로 접어들기 전 천천히 코너를 돌아 나올 때쯤,
조그마한 집 앞의 아담하게 꾸며진 정원에 놓인 벤치와 작은 팻말에 새기어진 글귀가 눈길을 끌어 그만 멈추어 선다.
 
      Sunshine on my shoulders
     Makes me happy !
 
 
 문득 저 집으로 들어가서 차를 한잔 청하고 싶어 진다.
이제는 생의 변곡점을 지나 어깨에 내려앉은 맑은 햇살만으로 행복해 할 수 있는,
아마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가 살고 있을 것이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환히 웃으며,
향기로운 차 한잔에 아담한 벤치에 앉아서,

저 작은 팻말에 새기어진 글귀처럼 오래된 존 덴버의 음반을 함께 감상하자고 할 것도 같다.
 
 그래, 무엇이 그렇게 소중한 것일까 ?
사업장 갈 생각도 잊고선 한참이나 멈추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