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육십하고 너덧
단풍들것네
2017. 8. 7. 23:06
육십하고 너덧 더 먹은 나,
허리 삐끗하여 들어 누었는데.
마누라,
할 일 밀렸다며 끼니도 챙겨주지 않고.
자식놈은,
바쁘다며 코빼기도 안 보인다.
전화는 왜 하노.
목소리 잊었을까.
내 어릴 땐,
조모 환갑이라고 온 동네가 덜썩였다.
어머니는 커다란 금비녀를 준비했고,
병풍친 잔칫상엔 내 키보다 높은 음식이 쌓였지.
육남 일녀에 며느리, 사위, 자손들을 거느린 할머니는
집안의 큰 산 처럼 느껴졌는데.
나는,
어째 이리 서글프고 고달픈가.
육십하고 또 너덧 더 먹은 나는.
사업장의 뒷마당,
부러져 밑동이 썩은 나뭇가지에 꽃이 피었다.
아이고 이놈아,
부러지고 넘어져 밑동까지 썩었는데,
어디다 쓸런가 그놈의 꽃을 피워서.
나는,
나는,
한끼 밥도 챙겨먹지 못하는 나는,
사는 것이 우째 이리 서글프고 고달픈가.
육십하고,
또 너덧을 더 먹었는데. (Ju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