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七感 (The Seventh Sense)

단풍들것네 2017. 8. 6. 05:52

 

        " 요놈들 웬 늦잠인고 ! "


 아버지의 호통에 잠이 깨다.

어머니는 벌써 아침 준비를 마치셨다.

어린 누이들은 잠자리에서 징얼거리고 잠이 덜 깨 괜히 심통을 부리고 싶은 나에게,

일찍 일어나 어머니를 도왔다고 칭찬을 들은 누나는 의기양양한 듯 아버지 등 뒤에서 혀를 쏙 내밀어 보였고,

어김없이 먼 곳에선 아련한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 부우웅 ~ 부우웅 ~ 부우우 웅 ~ "


감미로웠던 유년의 소중한 기억 한 자락속의 그 누님께서 다음 달이 칠순이라 한다.




 The Sixth Sense 는 브루스 윌리스가 액션물이 아닌 심리 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고 하는,

반전의 결말로 유명한 영화다.

한번 보고선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글로 쓰인 줄거리를 확인한 후에 이해할 수 있었던, 

귀신을 볼 수 있어 고통을 겪는 아이의 설정과 예상치 못한 결말이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The Sixth Sense' 는 여섯 번째의 감각, 즉 六感으로 표기할 수 있겠는데,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나 예지력 또는 영감으로 해석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불가사의한 감각은 영화 같은 픽션물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굳이 따진다면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비와 구름을 헤아렸다고 하니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겠고,

또한 무속인들이 이와 유사하게 귀신을 부르는 굿을 한다는 것도 같은 경우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The Sixth Sense 라는 영화가 우리의 무속신앙에서 모티브를 찾지 않았겠냐 라는 생각이 들지만,

캐나다 역사상 최장기 총리였던 '윌리엄 라이언 메켄지 킹'은 기독교인 임에도 불구하고 

靈의 세계 (수정 구슬로 죽은 어머니와 대화를 했다고 한다) 에 심취하여 주술을 외우는 강신술(降神術)을 펼쳤다고 하니 

꼭 그렇지는 아닐 것이다.

근래에는 崔모라는 사람도 유사한 능력을 지녔다고 하여  나라를 온통 들쑤셔 놓은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었는데,


 六感, 즉 여섯 번째의 감각이라는 불가사의한 현상의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절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믿음을 줄 수 있는 무속신앙의 순기능으로 여겨도 될 듯 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五感  - 시, 청, 후, 미, 촉각을 통하여 사물의 현상을 인지한다.

그중에 사물의 실체와 현상을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視覺이 가장 확실한 감각일 것이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이다' 라는 말처럼 귀(聽覺)를 통하여 들리는 말이 다를 수가 있고,

   '동물 같은 후각' 이라고 해서 코(嗅覺) 의 감각을 비하하는 듯도 하며,

   '젖먹이 아이같이 모든 것을 입에 넣는다' 라고 하여 입(味覺) 의 감각을 미숙하게 보는 듯도 하고, 

   '작품 전시회에서 꼭 만져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관람객의 수준' 이라고 하여 피부 (觸覺) 감각을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 걸 보면 시각의 감각을 우위로 간주하는 듯한데,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눈으로 감지하는 어떤 현상이 익숙하고 이미 접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기시감(旣視感)이라는 현상도 있다고 하니,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하는 것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심리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곳은 남북을 가로 지르는 기차선로가 도심을 지난다.

띄엄띄엄 화물열차가 다니고 휴일에는 여객열차가 한두 번 지나다니는 아주 한적한 선로지만, 

우연히 화물열차를 맞닥드리게 되어 오랜 시간을 건널목에서 대기 하게 되었다.

선로를 변경하고 짐칸을 연결하느라 기적을 울리며 꽤 시간이 걸린다.


     " 빠아앙 ~ 빠아앙 ~ "  


     " 바아앙 ~ 바아앙 ~ "


     " 부웅 ~ 부웅 ~ "

   

어느 사이에 기적 소리는 귀에 익은 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우두커니 건널목 바리케이드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리던 눈앞으로 문득 떠오르는 전경 너머로


      " 부우웅 ~ 부우웅 ~ 부우우 웅 ~ " 거리는 아련한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어린 누이들이 징얼거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두런거리는 음성이 들려오고,

혀를 쏙 내미는 누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 누님, 

       벌써 칠순이라니,

       축하해야 할 텐데,

       이 동생은 왜 쓸쓸한 생각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랄 때에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기쁜 날에는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인가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셔야 합니다. " 


       뒤에서 출발을 재촉하는 빵빵거리는 경적에 오래전의 환상에서 황급히 깨 서둘러 자동차를 움직였다.



 시끄러운 기적 소리에 부드럽고 아련한 뱃고동 소리를 떠올리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

심리적 반응을 결정하는 것이 자극의 종류라기보다는 상대적인 느낌 (보고 들어서 상상하는)의 비중 때문인가 ?  

나의 내면 어떤 곳에 또 다른 감각기관이 존재해서,

청각을 통하여 감지하는 소리와 연동하여 다른 형태의 감각으로 받아 들여지게 되는 것인가 ?

어쩌면 七感 (The Seventh Sense) 이라 불릴 수 있는 알지 못하는 영역의 감각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 

묘한 경험이다.                            (May.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