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토네이도

단풍들것네 2017. 8. 5. 11:55

     후두둑 후두둑 .. 쏴아악..


 갑자기 어두워지며 반쯤 열어놓은 운전석으로 세차게 비가 몰아친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사방의 것들이 사정없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려지고,

비에 젖은 낙엽은 쉴 새 없이 앞창에 널어 붙어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다.

블라인드를 재빨리 작동시켜 보지만 무용지물이다.

이미 흉기로 변한 부러진 나뭇가지와 흙과 자갈이 뒤섞인 비바람이 차체를 사정없이 따아악, 쫘아악 하고 후려치는 통에 

그만 움찔거려져 야외의 한적한 길에서 별생각 없이 운전하던 손아귀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삽시간에 돌풍을 만났다.

 

 난감하다.

바람이 부는 쪽을 향하여 차를 세워야 하나 ?

사방에서 종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니 그럴 수도 없다.

순간 차가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저기 보이는 큰 나무 뒤로 재빨리 뛰어가서 몸을 가려야 할까를 생각한다.

도로 위로 내려서는 즉시 바람에 휩쓸릴 것이니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쾌 큰 차체의 미니밴이 휘청거리니 어쩔 수 없이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그냥 멈추어 서 있기엔 불안하다.

몸을 최대한 낮추는 심정으로 조금씩 조금씩 차를 움직이며 운전대를 힘껏 감아쥐어 본다.


 그렇게 얼마를 지났을까,

날아다니던 나뭇가지도 사그라 들고 조용해지며 조금 잦아 드는 것 같아 차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양쪽 차선은 꺾여진 나뭇가지들로 어지러이 메워져 있었다.

아니, 이렇게 맑던 날에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며칠 몸살 기운으로 조금 까다롭게 굴었던 모습이 거슬렸는지,

화창한 날씨에 바람 좀 쐬며 제발 성깔 좀 내다 버리고 오라는 아내의 등 떠밀음으로 

반 시간쯤 거리의 지척인 ‘엘로라’라는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단풍 절경지를 들렀던 길이었다.


 

 단풍이란 것이 우리네 정서로는 설악이나 내장산의 것처럼 조금은 아기자기한 멋과 사람들의 북적거림으로 어우러져

산 아래, 위에서 울긋불긋 물들어 펼쳐지는 유연함을 조망하는 것이 제격일 테지만, 

이곳은 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며 강의 양안에 울창하게 펼쳐져 있다.

한쪽으로는 노랗게 물이 들고 맞은편은 빨갛게 불타는 압도될 규모의 절경으로 차라리 외경스럽기 까지 하고,

인적 드물어 광활한 숲은 더욱 더 넓어 보여 숨이 막힐듯한 절경과는 어쩌면 또 다른 쓸쓸함이다.

흐려지는 날씨에 바람도 조금 부는 것 같아 한 바퀴 드라이브를 마치고 되돌아 오는 길에 그만 토네이도를 만난 것이다.


 혹 이글을 보시는 분 중에,

    ‘뭘 그렇게 심한 엄살과 과장된 단어들을 나열해서 독자들을 우습게 할 참이냐’ 

라는 분이 계실 것 같지만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몇년 전 이곳에서 (퍼어거스-엘로라) 큰 규모의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한 줄로 밀어 놓은 것 같았던 피해장면을 기억하는데

아마도 캐나다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토네이도라고 했었다.

 

 혼이 좀 났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토네이도 자료를 검색해 보니,

토네이도는 미주와 북유럽의 평야 지대에서 주로 발생하며,

이곳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는 여름 전후에 빈도가 높지만, 사철 볼 수 있는데

연간 평균 이십 ~ 삼십개 정도로 대개 F0, F1 급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 F0,F1,F2,F3,F4,F5 으로 구분되며 F5가 가장 강력하다.

인적이 드문 평야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오늘 마주친 이런 소형급은 분류된 자료가 없으며,

내가 기억하는 ‘퍼어거스-엘로라’ 지역의 토네이도는 F2 급으로 2005년에 발생했는데 $500 Million 피해를 끼쳤다고 한다.

반경 수백 킬로미터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태풍과는 달리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태풍보다 강한 매우 빠른 회오리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자로 잰 듯 구분을 지으며 초토화 시킨다고 한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 문득,


인류가 이루어놓은 것들

        -  예를 들자면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과 위대한 정신문화  

모두가 열광하고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들

        -  이 시각 현재 한창 경기중인 토론토 불루제이스 야구 시합에 전 국민이 열광하고

            ( 며칠전에 추신수가 속한 팀을 물리치고 23년 만에 아메리칸 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   어제는 인터넷 기반의 범죄행위로 FBI와 연방경찰이 이 지역 대학 한곳을 폐쇄한 것에 지역신문들의 관심이 크다.

그리고 세월따라 성숙해진다는 연륜과 지혜같은 이러한 것들이 

뭘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조금 사납게 불었던 자연의 위력(돌풍)에 깜짝 놀랐기 때문인가 ?


아무튼 억지로 떠밀린 나들이 탓에 몸살보다 더한 변을 당할뻔 하지 않았는가.

혼쭐이 났었지, 

아니 食怯을 했다.                (Oct.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