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중매
( 아직도 결혼 생각을 하지 않은 딸아이 때문에 걱정이다.
꼭 한국인이 아니라도 좋다는 생각인데 ... 몇 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
" 아버지, 저쪽 집안에서 곤란해할 말씀 보다는 그냥 덕담만 하시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좋아하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
" 애야, 그러는 게 아니다. 네가 좋아한다고 집안 내력도 알아보지 않고 내 집 큰며느리로 덜컥 받아들일 순 없다. "
하숙집 아주머니의 소개로 알게 된 아내를 부모님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양가의 어른들을 모신 자리.
평생을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는 무척 완고하셨다.
아내가 교직에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대학때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안 계신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30여 년 전 남산 퍼시픽 호텔에서의 일이 딸아이 때문에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아내의 목소리가 조용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는 뭔가 예사롭지 않은 경우다.
한동안 뜸을 들이던 아내가 딸아이에게 중매가 들어왔다고 하며,
듣기에 남자의 직업과 집안이 상당해 보이기는 한데라고 말을 흐린다.
다소 의외라 대꾸 없이 아내의 뒷말을 기다렸다.
딸아이가 28살이니 있을법한 일이긴 하다.
의외라고 느꼈던 것은 아이가 아직도 공부 중이고, 아내가 평소에 딸아이의 혼사 관련한 말을 자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지만,
내심은 남자친구 사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를 걱정은 했었다.
그런데 아내는 언짢은 기색으로,
저쪽의 의견이라며 먼저 부모들부터 대면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충 아이의 프로필은 알고 있으니 우리의 학력, 나이, 직업 , 주소까지 요구했다고 했다.
" 아니, 당신 지금 뭐라고 하는 거요 ? "
황당한 제안에 기가 막혀 그만 목소리가 커졌다.
매우 언짢아 하는 낌새로 보아 내 의견을 듣기도 전에 소개한 사람에게 없었던 일로 통보하겠다고 벌써 작정을 한 모양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남자 집안의 재력과 아버지의 직업, 그리고 아들의 직업이 대단하긴 하다.
그리고 이러 이러해야 한다는 조건이 많기도 하다.
허허 참 ,
그 양반들, 조선 때의 간택을 하겠다는 말인가 !
딸아이에게 이야기는 했느냐고 물으니 아이가 깔깔 웃었다고 한다.
" 엄마, 걱정 마, 난 아직 공부 끝나지 않았어요,
그 남자 결혼하기 쉽지 않겠네,
부모가 움켜지고 있는 그런 마마보이를 누가 쳐다보겠어요 "
어렵게 아이에게 이야기를 꺼냈다는 아내는 아이의 반응에 고무되어 맞장구를 친 모양이다.
별난 세상이다.
이민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별스러운 그림인가 ? (Ju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