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야생의 삶
단풍들것네
2020. 2. 10. 09:49
들판에 야생 칠면조들이 까맣게 내려 앉았다.
가끔, 외곽 지역에서
도로를 빠르게 가로 지르는 네댓 마리를 마주친 적이 있지만,
눈 쌓인 들판에 이렇게 떼 지어 모여 있는 광경은
보기 드문 일이라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멈추었다.
눈치가 빠르다.
위해가 될 만한 소리나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삽시간에 몇 마리는 날개를 펼쳐서 숲 쪽을 향해 날아 사라지고
나머지 대부분은 잽싼 발걸음으로 숲 쪽 기슭으로 달려간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민첩한 동작이 힘차 보인다.
추운 날씨지만 신선한 생동감을 느껴
발자국 소리를 조심하며 가만히 지켜본다.
그중 몇 마리는 안심이 되었는지
두다리로 눈을 헤집고 얼어붙은 땅을 파 헤치고 있다.
수확 끝난 뒤의 앙상한 옥수수대 뿐인 들녘에서
떨어진 알곡을 찾는 모양이다.
매서운 추위와 눈 덮인 거친 산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단지 한끼 먹이를 찾는 모습이지만
생기 머금은 듯한 날렵하고 매끄러운 자태가 아름답다.
먹이에 순응한,
가축이나 반려 동물에게 서는 느낄 수 없는
야성을 간직한 자연속의 삶이 건강하고 신선하게 보여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지켜보다.
길들여 지지 않은
자연의 품안에서
잘 끼워진 틀처럼 탄탄한 모습.
야생의 삶이 거칠 긴 하지만.
덧대고
이음새 없이
있는 그대로의 틈새가 촘촘하다.
인습과 도덕의 틀에 메일 필요가 없어 보이는..
고단한 하루가
모처럼 후련하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지켜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