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버거웠더냐
깊고 검은 구름이
닫혔던 하늘의 문을 연 듯
오랫동안
종일 비를 뿌려
쏴아 물결치 듯 비가 내렸다.
달무리가 졌었지
어제는 밤하늘에 달무리가 졌었다.
눈보라 치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달무리가 보였다.
철 지난 들녘의 옥수수처럼
때 지나 변해가는 주위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비 뿌리고 세차게 부는 바람은
아픔과도 같은 낯섦이다
새벽의 병원 주차장에
차가운 비 그치고
세찬 바람 일어
한 톨 흔적 남김없이 떠나간 주차장엔
차가운 까만 바람이 흐른다
일 끝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품속에 안기는 재잘거리는 아이와
웃음 머금은 여인의 얼굴이 그리워
사랑을,
사랑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당신,
오늘도 수고하셨네.
환한 여인의 얼굴과
품 안으로 달려드는 재롱이 곱기만 하다는
자잘하고 평범한 일상이
으뜸이고
사랑이라는 세상.
그래서
모두 사랑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스물여덟의 삶이
그렇게 버거웠더냐
마른 풀 한 포기 보다
더 메말라버려
자기 연민과 통곡은
비웃음이 되는 이곳 세상
비린내보다 더한
생선 젓국 내만 진동하는 이 세상에서
아비는
못난 아비는
짐승같이 터지는 울음이 너무 부끄럽다.
서양의 어떤 가수는
총을 내려놓고서 천국의 문을 뚜드리겠다는데
이 아비도 천국의 문을 뚜드릴까
아니,
땅에 묻어야 한다는 총부리를 이 세상을 향해 겨누어 볼까
아들아
나의 아들아
목놓아 부르고픈 나의 아들아
일어나거라
이젠 일어나거라
훌훌 털고
함께 떠나보자
흐린 날에는 어김없이 달무리가 졌고
개여울 흐르던 천변엔 버들강아지가 무성했던
동구 밖 떡갈나무엔 매미가 한 여름내 울어대던
사립 문밖 너머로 봉숭아가 지천으로 솟아 올랐던
아비의 고향을 찾아서
그만
이제
제발
그 깊은 고통에서 벗어나
아비와 함께
아비의 고향을
찾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