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렇게 버거웠더냐

단풍들것네 2019. 12. 16. 00:50

깊고 검은 구름이

닫혔던 하늘의 문을 연 듯

오랫동안

종일 비를 뿌려

쏴아 물결치 듯 비가 내렸다.


달무리가 졌었지

어제는 밤하늘에 달무리가 졌었다.

눈보라 치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달무리가 보였다.


철 지난 들녘의 옥수수처럼

때 지나 변해가는 주위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비 뿌리고 세차게 부는 바람은

아픔과도 같은 낯섦이다


새벽의 병원 주차장에

차가운 비 그치고

세찬 바람 일어

한 톨 흔적 남김없이 떠나간 주차장엔

차가운 까만 바람이 흐른다


일 끝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품속에 안기는 재잘거리는 아이와

웃음 머금은 여인의 얼굴이 그리워


사랑을,

사랑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당신,

오늘도 수고하셨네.


환한 여인의 얼굴과

품 안으로 달려드는 재롱이 곱기만 하다는

자잘하고 평범한 일상이

으뜸이고

사랑이라는 세상.


그래서

모두 사랑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스물여덟의 삶이

그렇게 버거웠더냐

마른 풀 한 포기 보다

더 메말라버려


자기 연민과 통곡은

비웃음이 되는 이곳 세상

비린내보다 더한

생선 젓국 내만 진동하는 이 세상에서


아비는

못난 아비는

짐승같이 터지는 울음이 너무 부끄럽다.


서양의 어떤 가수는

총을 내려놓고서 천국의 문을 뚜드리겠다는데

이 아비도 천국의 문을 뚜드릴까

아니,

땅에 묻어야 한다는 총부리를 이 세상을 향해 겨누어 볼까


아들아

나의 아들아

목놓아 부르고픈 나의 아들아


일어나거라

이젠 일어나거라

훌훌 털고

함께 떠나보자




흐린 날에는 어김없이 달무리가 졌고

개여울 흐르던 천변엔 버들강아지가 무성했던

동구 밖 떡갈나무엔 매미가 한 여름내 울어대던

사립 문밖 너머로 봉숭아가 지천으로 솟아 올랐던

아비의 고향을 찾아서


그만

이제

제발

그 깊은 고통에서 벗어나


아비와 함께

아비의 고향을

찾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