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상하다면 나 또한 이상하고
제이콥 요 녀석,
오늘도 신발을 잘못 신었다.
요 녀석아,
왼쪽 신발은 자크가 왼쪽
오른쪽 신발은 자크가 오른쪽 이지.
아니야,
아빠가 오늘부터 쌩스기빙 이래.
요 녀석아
신발 바꿔 신어야지.
이쪽은 저쪽
저쪽은 이쪽으로
아니야,
아빠가 오늘부터 쌩스기빙 이래.
하,
그래라
신발 바꿔 신는 게 뭔 대수냐.
몰랐네,
나는 늙은이고'
네가 어린걸.
그래 네 녀석이 옳구나
내가 이상한 사람이지.
내 집 뒤뜰의 나뭇 가지가 자기 집 뒤뜰 너머까지 벋힌 것이 마땅치 않은지
옆집 남자가 싫은 내색을 하는 것 같다며
언짢은 기색의 아내는 그 일로 종일 마음을 쓴 모양이다.
퇴근한 나에게 저녁은 제쳐두고
어떤 나뭇가지를 잘라야 할지 찍어 두었던 사진까지 보여준다.
이웃에서 나뭇가지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신경을 쓰냐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지만,
아내가 저렇게 신경을 써니
내일이 마침 추수 감사절 휴일이라 시간을 낼 수 있으니
뜸 들일 것도 없이 옆집 너머까지 벋친 나뭇가지를 잘라야겠다.
사다리 타는 일이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나뭇가지를 잘랐다.
밑에서 사다리를 붙들고 있는 아내는
나뭇가지 잔챙이 하나 옆집으로 떨어질까 봐 참견을 한다.
나무를 자르면서 옆집을 흘끔 보았더니
여전히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이 옆집 이웃은 특이한 사람들이다.
이십여 년 전쯤,
동시에 집을 지은 스므 남짓 되는 이웃들이 대부분 이사를 하고
몇 집 남지 않은 오래된 이웃인데,
사실은 이름도 모르고 뭘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십 년 동안
내가 옆집 여자를 두서너 번 본 것이 전부인데,
차를 탄 채 차고로 들락거리는 모습을 먼 발치로만 보았으니 얼마큼 나이가 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고
다만 까만 머리로 보아 아시안 인 것으로 만 생각한다.
낮 시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내 말로는
중국 여자 같아 보이기는 한데,
아내도 옆집 여자를 먼 발치에서 본 것이 손꼽을 정도라고 하니
매우 이상한 사람들이다.
날씨 좋은 날에도 전혀 바깥에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잔디도, 눈 치우는 일도 모두 일하는 사람들을 시켜서 한다.
집 주위에는 방범 카메라를 잔뜩 설치해 놓았고.
남자는 대여섯 번은 정면으로 마주친 적이 있는데,
처음 집 짓는다고 땅 파기를 할 때 우연히 악수를 한 적이 있고
이후로 집 주위를 한 바퀴씩 둘러보는 그와 눈인사를 한 적이 있지만,
뭔가 가까이 하기가 망설여지는 백인 남자다.
아이고
수고했네.
아주 신경 써이는 사람들이라
일찌감치 손을 보아야 했었는데.
한시름 놓았는지
그제서야 아내가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허참,
이 보시오, 마누라,
우리 생각에는 저 사람들이 이상하지만,
저 사람들은 우리가 달갑지 않고 이상한 사람들 일 수도 있답니다.
이제 나뭇가지 쳐 내었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추수감사절이니
거리가 한산하다.
가게 한 바퀴 둘러보러 나온 길,
윤기 자르르 흐르는
새로 페이빙한 주차장의 아스팔트 까만색이 이쁘다.
텅 빈 주차장 엔
부는 바람에
마른 잎이 굴러
사각 사르륵 ~
사르륵 사각 ~
싸아아 사르륵 ~
메말라서 이뻐 보이는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도심의 거리가 삭막하다던데,
나는 어째서 텅 빈 주차장의 까맣고 반질거리는 아스팔트가 이렇게 이쁠까?
어째서
메마르고 딱딱하기만 한 곳에서 이런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수 있을까?
사아 아~
스르륵~
스르륵 싸아 아~
쓸쓸한 듯 아름다운 소리,
메말라서 담백한 듯 향기로운 소리.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낯설고
부대끼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하다.
후후,
네가 이상하게 보이면
너는 내가 별스러운 사람으로 보일테지 ㅎㅎ
새삼 주위가 아름다워,
고마운 휴일의 오후,
벌써 단풍은 담뿍 여물었어니
쓸쓸하여 아름다운 계절이 물러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