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즘
옆집이 지붕 싱글을 교체한다고 어수선하다.
이십여 년쯤 전에 동네 집들이 거의 동시에 지어졌으니,
대부분 지붕 교체 시기가 되어
몇 년 전부터 한두 집씩 교체를 했다.
한 스무 집 되는 동네에서 마지막 남은 옆집이
이제 공사를 시작했으니 고민을 좀 덜었다.
인부들이 거칠게 작업을 하는지
동네에서 공사를 할 때마다
도로 위에 떨어진 싱글 고정하는 못에
몇 번을 타이어 펑크가 났었다.
펑 하고 타이어가 터진다면
당장 공사하는 녀석에게 따질 수 있으니 차라리 괜찮다.
못에 찔리면 바람이 서서히 빠져
이삼일 후에나 알게 되니
공사하는 녀석들은 끝마치고 이미 철거를 한 후다.
그런 탓에
동네에서 지붕공사 할라치면 어떻게 신경이 쓰이는지
자동차에 내려서 조심조심 살피기도 했고.
동네에서 제일 게으른 옆집 녀석이
마침내 마지막으로 공사를 했으니 이제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지붕공사 때문에 마누라가 또 일거리를 하나 만들었다.
옆집 지붕 위에 올라간 인부들이
옆벽의 창문을 통하여 내 집안을 빤히 들여다 보았는데,
얼마나 소름 돋고
기분이 나빴던지...
이층 올라가는 계단의 벽 쪽 창문에 커튼을 달아야겠다는 이유다.
보소,
마누라.
집안에서 홀랑 벗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누구처럼 대낮에 벌거벗고
남사스러운 짓을 하는 것도 아이고,
먼지 한 톨 없이 맑디 맑은 내 집안인데
뭐시 그리 기분 나쁠게 있소.
지붕에 올라가서 내 집안 들여다 볼일은 다음 20십 년 후에 한번쯤이나 있을 거요
그런데
오늘 이불보를 찢었는지 얼룩 달록 한 천으로
재봉틀에 덜덜 박아 커튼을 만들고는,
올려보면 아찔한 높이의 이층 올라가는 계단 벽의 창문에 이 커튼을 치라고 한다.
커튼을 치려면 메탈 봉을 높다란 창문 벽에 고정시켜야 하니
아찔하다,
작년 여름
뒤 덱을 칠하다 이층 높이의 덱에서 사다리를 안고 떨어졌는데,
알루미늄 사다리가 휘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져 몇 달 무척 고생을 했다.
나같이 점잖고 그렇게나 담력 있어 괜찮다던 남자가
그 일 이후로는 변했다.
이제 높은데 올라갈 생각을 하면 아랫도리가 후들거리고 정나미 떨어지는데
마누라 말은
저놈의 사다리를 또 타야 한다는 말이니
내가 쪼짠해진 걸 마누라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28ft 사다리이니 대충 9m쯤 되겠다.
눈 질끈 감은 다음
심호흡 함 하고
눈 부릅뜨고
아랫배에 힘 모두어 넣고서는
더듬더듬 사다리에 바짝 붙어
벌벌거리며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 있는 마누라에게
꼬옥 잡아라
꽉 잡았나?
메탈 봉을 벽에 고정해서 못을 간신히 쳤다.
못을 겨우 치고
커튼을 끼웠지만,
식은땀이 흐르고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묻어나서,
사다리 타고 내려갈 일이 아득하다
발을 내려놓기 위해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야 하는데
발이 후들거려
아래쪽을 몬 내려다 보겠네..
그만
아랫도리,
사타구니 언저리가 찌리릿,
짜리릿 하다.
미치겠다.
아이고
우야몬 좋노.
떨어지면 이제는 갈비뼈가 문제가 아니라
팔다리가 남아나지 않겠다.
마누라,
아이고,
고생했네,
무슨 천년을 살겠다고 이 고생을 시키네,
그래도 이젠 기술자가 다 되었네,
사다리도 안 망가뜨리고
힘든 일을 척척 아무렇지 않게 해내네.
모진 마누라다,
그래, 무슨 천년을 산다고,
내 갈비뼈 보다 사다리가 귀하다는 독한 사람이다.
근데,
여인들이 관심 있어 한다는 오르가즘,
혹,
오르가즘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
고공 사다리 함 타 보는 건 어떨까.
찌리릿, 짜리릿
끝내준다,
오르가즘이 여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인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 여 모두 높은 사다리 함 올라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다리즘
오르가즘 비슷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