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다리즘

단풍들것네 2019. 8. 30. 08:59

옆집이 지붕 싱글을 교체한다고 어수선하다.


이십여 년쯤 전에 동네 집들이 거의 동시에 지어졌으니, 

대부분 지붕 교체 시기가 되어

몇 년 전부터 한두 집씩 교체를 했다.


한 스무 집 되는 동네에서 마지막 남은 옆집이 

이제 공사를 시작했으니 고민을 좀 덜었다.


인부들이 거칠게 작업을 하는지

동네에서 공사를 할 때마다 

도로 위에 떨어진 싱글 고정하는 못에 

몇 번을 타이어 펑크가 났었다.


펑 하고 타이어가 터진다면 

당장 공사하는 녀석에게 따질 수 있으니 차라리 괜찮다.

못에 찔리면 바람이 서서히 빠져

이삼일 후에나 알게 되니

공사하는 녀석들은 끝마치고 이미 철거를 한 후다. 


그런 탓에 

동네에서 지붕공사 할라치면 어떻게 신경이 쓰이는지 

자동차에 내려서 조심조심 살피기도 했고.


동네에서 제일 게으른 옆집 녀석이 

마침내 마지막으로 공사를 했으니 이제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지붕공사 때문에 마누라가 또 일거리를 하나 만들었다.


옆집 지붕 위에 올라간 인부들이 

옆벽의 창문을 통하여 내 집안을 빤히 들여다 보았는데,


얼마나 소름 돋고 

기분이 나빴던지...


이층 올라가는 계단의 벽 쪽 창문에 커튼을 달아야겠다는 이유다. 



보소, 

마누라.


집안에서 홀랑 벗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누구처럼 대낮에 벌거벗고 

남사스러운 짓을 하는 것도 아이고,


먼지 한 톨 없이 맑디 맑은 내 집안인데

뭐시 그리 기분 나쁠게 있소.


지붕에 올라가서 내 집안 들여다 볼일은 다음 20십 년 후에 한번쯤이나 있을 거요



그런데

오늘 이불보를 찢었는지 얼룩 달록 한 천으로 

재봉틀에 덜덜 박아 커튼을 만들고는,

올려보면 아찔한 높이의 이층 올라가는 계단 벽의 창문에 이 커튼을 치라고 한다.



커튼을 치려면 메탈 봉을 높다란 창문 벽에 고정시켜야 하니

아찔하다,



작년 여름 

뒤 덱을 칠하다 이층 높이의 덱에서 사다리를 안고 떨어졌는데,

알루미늄 사다리가 휘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져 몇 달 무척 고생을 했다. 



나같이 점잖고 그렇게나 담력 있어 괜찮다던 남자가 

그 일 이후로는 변했다.


이제 높은데 올라갈 생각을 하면 아랫도리가 후들거리고 정나미 떨어지는데

마누라 말은

저놈의 사다리를 또 타야 한다는 말이니

내가 쪼짠해진 걸  마누라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28ft 사다리이니 대충 9m쯤 되겠다.



눈 질끈 감은 다음

심호흡 함 하고

눈 부릅뜨고

아랫배에 힘 모두어 넣고서는 


더듬더듬 사다리에 바짝 붙어 

벌벌거리며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 있는 마누라에게

꼬옥 잡아라

꽉 잡았나?


메탈 봉을 벽에 고정해서 못을 간신히 쳤다.


못을 겨우 치고

커튼을 끼웠지만,

식은땀이 흐르고 

손바닥 

발바닥에

땀이 묻어나서,


사다리 타고 내려갈 일이 아득하다


발을 내려놓기 위해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야 하는데 

발이 후들거려

아래쪽을 몬 내려다 보겠네.. 


그만

아랫도리,

사타구니 언저리가 찌리릿, 

짜리릿 하다.


미치겠다.

아이고

우야몬 좋노. 


떨어지면 이제는 갈비뼈가 문제가 아니라

팔다리가 남아나지 않겠다.



마누라,


아이고,

고생했네,


무슨 천년을 살겠다고 이 고생을 시키네,

그래도 이젠 기술자가 다 되었네,


사다리도 안 망가뜨리고

힘든 일을 척척 아무렇지 않게 해내네.




모진 마누라다,


그래, 무슨 천년을 산다고,

내 갈비뼈 보다 사다리가 귀하다는 독한 사람이다.



근데, 

여인들이 관심 있어 한다는 오르가즘, 


혹,

오르가즘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 

고공 사다리 함 타 보는 건 어떨까.


찌리릿, 짜리릿

끝내준다,


오르가즘이 여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인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 여 모두 높은 사다리 함 올라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다리즘

오르가즘 비슷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