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깨알같은 지도

단풍들것네 2019. 4. 15. 00:02

장거리 운행을 할 아내가 

구글맵을 보고선 A4 용지에 찾아갈 곳을 깨알같이 그리고 있다.


한참을 옮겨 적고,

또 확인하고. 


근데, 

그려놓은 지도가 순 우리 식이다.


가로세로 큰 대로를 그리고

최종 목적지에 가까운 곳의 작은 도로변의 큰 건물의 이름도 적고..


나 또한 그렇지만 아내도 차아암 변하질 않는다.


   (우리 부부는 촌사람이라 

    자동차에 지피에서 - 우리 식으로는 내비게이션 장치가 없다)


요렇게 그리면,


한눈에 대강 감이 잡혀 머릿속에 대략의 찾아갈 곳의 구도가 잡히게 되어

어디쯤이고, 

얼마쯤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충 짐작할 수 있는데,


잘못해서 방향감각을 놓치는 경우에는 우왕좌왕하게 되는 단점은 있다.


지역이 洞으로 구분되고, 작은 도로엔 고유한 이름이 없으며

번지수가 들쭉날쭉한 

자연적으로 형성된 취락구조에 기인한 우리 식 길 찾기인데.



처음 이곳에서 낯설었던 것 중 하나가 

길을 묻게 되는 경우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쪽 사람들의 길 안내 방식이 익숙하지는 않다.



우리들은 대부분,

아내가 지금 그리고 있는 식으로 

큰 대로변을 이야기하고 근방의 작은 도로변의 큰 건물을 이야기하는,

말하자면 가로세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인데 반해, 


이쪽에서는,

지도 형태가 아닌, 

기다란 문장으로 이야기를 한다.


출발 지점의 도로에서 시작하여

어떤 도로에서 좌우로 턴하고,


다음 어떤 도로에서 좌우로 턴하고,

다음 어떤 도로에서 ..

다음 어떤 ..


최종의 도로에서 번지를 찾는 식인데


어떤 지역이던 

아무리 작은 도로에도 고유의 이름이 있고 

도로 한쪽은 짝수, 한쪽은 홀수 번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식은 

시키는 데로 도로명만 확인하면 길을 놓칠 염려가 없고,

매우 정확하긴 한데,

찾아갈 곳의 대략적인 구도를 짐작하기에는 난감하다.


길 하나 찾는 별스럽지 않은 일이 

별스럽게도 많이 틀리다.


그런데,

아니,


길을 찾으려면 가로세로 그려진 그림을 그려야 눈에 확 들어오지,

어째서 장문의 소설을 써는고 ?

이런 걸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태어난 자리에서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보고 배우고 느끼고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그냥 몸에 배는 것이 일상이 되고, 

종래에는 이것이 문화가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저 같이 모여 

끼리의 무리들이 

편리 한 데로 계승, 발전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 일 테니 


그렇다면 저급, 고급문화란 있을 수가 없다. 

그저 관습의 차이일 뿐.





눈에 띄는 팻말이 보여 운전 중에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봉께,


이쪽 양반들 도로에 신경 많이 써는 것 같기는 하다.

웬 도로를 입양했다고 해서 

한참을 헷갈렸다.


사업가, 자원봉사 단체 등에서 


도로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멋져 보이게 하고, 

환경에 대한 지역사회적 접근법을 취하기 위해 도로의 한 구역을 입양하여 관리한다는데

요건 얼마간 유용한 발상인 것처럼 보인다.


뭐, 문화의 차이가 별것일까,

저런 좀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