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쓰는 글인가?
'ㅁ사장, 퀀텀 컴퓨팅이 뭐꼬?
'이 사람아, 오랜만에 전화하고선 왠 뜬금없는 소릴
'바빠서 그런가, 아님 뭔 소린 줄도 모르는가
'평생 프로그래밍으로 묵고 살았는데, 그걸 내가 우찌 알겠노
'자네, 아직도 룸살롱 들락거린다고 했제,
서리 내린 머릴 하고 아직도 가시나들 궁뎅이나 주물럭 거리고 댕긴다니
창피하지도 않나
그러니, 자네가 뭔 공부를 했겠노
'이 사람, 다 지난 이야기야, 근데 퀀텀 컴퓨팅인가는 왜 묻노?
'빌어묵을, 그만 전화 끊네.
하숙방 동기에
학교 동기이고
입사 동기인
조그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친구는
프로젝트 하나 따기 위해서는
'갑' 위치에 있는 새파란 젊은 사람 접대 하기가 제일 힘이 든다고 했다
두 딸이 회사일을 돕는다고는 하는데,
손을 떼려니 프로젝트 수주가 걱정이라고 한다.
그렇기는 허네,
일감을 못 따오면 직원들 월급은 우찌하노,
그래서 매일 새파란 젊은 사람들과 양주병을 빨아야 하니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데,
이 자슥,
가만히 듣고 보니
순 돈 자랑이다.
오랜만의 친구와의 통화는,
내가 만일 없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진짜로 걱정되는
나의 사랑하는 마누라 때문이다.
'여보, 여보. 나 무서워 죽겠네
(아이고오, 이 할망구, 또 무슨 일이고)
'지금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막 나네,
뜨드 득 ~
뀌뚜루루~
귀뚜라미 소리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갓길에 세웠는데,
저거 퍽 하고 터질까 겁나 죽겠네, 우얄꼬
'비상등 켜고, 뒤 트렁크 열고
자동차에서 멀리 떨어지고
곧장 갈 테니,
절대 자동차에 가까이 가지 말고
'퀀텀 벨리 인베스트먼트 검정 빌딩 근방이야
쏜살같이 달려가
견인차 불러 딜러에 입고를 했다
하이브리드 계통이 문제일 것 같은데
아직 워런티 기간이라 떼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성싶은데,
마누라
한시름 놓았는지
'저 시커먼 빌딩은 뭐 하는 곳인지 사람 구경을 몬하겠네
마누라 말처럼 널찍한 대로변에 오가는 자동차도 없고 무척 한적해 보인다.
퀀텀 벨리 인베스트먼트사는
꿈의 컴퓨터라 불린다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펀드를 모집히기 위하여 설립된 회사다.
이곳 대학과 블랙베리 폰으로 유명한 예전 이름으로는 RIM의 사주가
북미에서는 가장 큰 규모와 기술력이 앞선다는
Quantum computing world-class centre를 10년 전쯤에 설립했는데,
양자 컴퓨팅에 대한 뚜렷한 기술 진전이 없는지
상용화가 가능한지는 아직 별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오랫동안
겨우 노트북 하나 들고 Daum 에만 들락거린 셈이니
컴퓨터,
더욱이 최신의 기술이 접목된다는 양자 컴퓨팅을 마누라에게 어찌 설명해줄 수가 있겠는가
해서,
40년 넘게 컴퓨터로 밥을 먹고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 자슥,
공부는커녕
아직도 술집 가시나들 궁둥이나 두드리고 댕긴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의
대학 후문 도로 위에 여러 글귀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Go,
Go,
Beyond Convention
Beyond Definition
Beyond Ideas
Beyond Creative
Beyond Disruption
Beyond ...
Beyond ...
..
..
..
양자 컴퓨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대에서 멀어져, 뒤떨어져만 가는 인생이지만,
가자,
가보자,
꿈
야망,
희망
틀을 부수고
새로운 길을 가자.
..
..
오래전,
차아암 오래전,
아마,
나에게도 저런 깃발에 뭉클했던 적이 있었었지..
누구에게 쓰는
누구에게 보이길
누구에게 하고픈 의미인 줄도 모른 체
오늘 또 이 글을 쓴다.
어쩐지 많이 씁쓸키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