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져누운 아내 (1)
며칠째 몸져누운 아내가 안쓰럽다.
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부터 심란해하더니,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밤늦도록 뒤뜰 가꾸기를 하다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카이로 프랙터인 이웃의 중국인 닥터 팽리는 일주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무거운 정원석을 사다 나르고 보기 좋게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새삼스레 옮겨 심고,
잔디밭을 갈아엎어 화단으로 만들기도 하는 이 고된 노동은,
기실 여인네들이 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십수 년을 나의 도움 없이 매년 봄 이일을 어김없이 해오고 있다.
어느 해였던가,
정도가 심한 노역에 선크림이나 발랐느냐고 몇 마디 건네었더니 ,
봄볕에 검게 변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몸은 피곤해도 만족스럽다며,
대놓고 이야기하기엔 민망한 속 마음을 감추었었다.
봄볕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도 아내에게 이 계절은 짧기만 하다.
언제쯤부터 였던가 ?
말수 적어지고 숙면 취하기 힘들어 하길래 가볍게 와인 한 잔씩 하라고 건성으로 한마디 했었던 무심함은,
한참이나 지난 후에 긴 겨울 동안엔 더욱 힘들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평소엔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으니, 쉽게 알아 차리지 못했던 남정네의 한심한 예사로움 이라니.
이번의 한국 방문에서,
오래전 동료들과의 만남이 마음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아직도 대부분 현역에서 활동 중인 옛 동료들의 한껏 차린 모양새와 꽤 풍족해 보였던 여유로움이,
아내를 심란하게 한 모양이다.
아내는 중학 교사로 대략 19년을 근무하고 이곳으로 왔었다.
매해 어려워져 가는 비즈니스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아내는 경험도 없는 꽃 비즈니스를 몇 해 전에 시작했다.
꽃을 다룬다는 것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이게 보통 만만찮은 일이 아니다.
싱싱한 상품으로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고 다루기에 까다롭기까지 한일.
더불어 손마디는 장미 가시에 찔려 성할 날이 없는 아내의 노고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
허리를 구부릴 수도 없으니 화장실 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뒷처리를 남편에게 의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존감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을 무척 못 견뎌하던 아내가,
진통제가 가미된 소염제를 들고 이제 겨우 잠이 들었다.
부인! 미안하오.
1년이 부족하여 자격 미달인 공무원 연금,
너무 애달파 하지 마시오.
내 아직은 건강하니 칠십까진 무난히 현업에 종사 할 수 있을 것이요.
가만히 쥐어본 잠든 아내의 손마디가 무척 거칠다.
(May.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