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등 떠밀리듯 떠나온 길

단풍들것네 2018. 7. 24. 23:38

등 떠밀리듯 떠나온 길,


두어차례 가스를 가득 채우고 무작정 찾은 슈페리어호 변의 작은 시골 수세인메리 인근의 주립공원 근역.

허름하고 인적드문 조그마한 모텔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나이 들수록 궁하게 보이면 그만큼 흉한게 없어니 궁기 부리지 말고, 모두 내려놓고 며칠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에

빈몸으로 훌훌 떠나 왔습니다.

 

웬만한 것들에 다들 순위를 매기는 세상에서 이렇게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어쩌면 사치스럽게도 생각되지만,  너무 오랬동안 자신을 되돌아 보지않고 그냥 살아 왔던것 같습니다.

까닭없는 분노와 거칠어진 자신을 깨닫지 못한채 헤픈말에 묻히어 내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했던 일상이 

아내의 눈에는 심상치 않아 보였던 모양이지요.

 

얼마전 어덜터 카운셀링 쎈터로 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패밀리 닥터의 래퍼럴에 따라 초진약속을 하고 싶은데 언제가 좋겠느냐는 말에 

아내는 잔뜩 긴장하고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길하나 건너 마주한 메디칼 센터 빌딩의 패밀리 닥터는 십수년 나의 가게손님이니 

나를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자주 답답한 가슴과 두통을 호소하는 저를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으니, 

휴일없이 가게에만 매달린 생활 탓이라고 분명히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조금 거칠어진 심성이 문제이지 별일 아닌것을, 

저들의 기준에서는 문제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미 받은것이 적지 않음을 감사해 하기보다는 모자라는 것에만 눈길을 주며 고달파 했고,

작은것에, 살아 있음에 감동하고 감사해 할줄 모른체, 소유와 성취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이름없는 작은 호수가 헤아릴수 없을만큼 지천으로 잇대어져 있는 이곳.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기 쉽상입니다. 오늘은 집을 떠나온지 삼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틀동안 이곳에서 아직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니, 피슁 라이센스가 없는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끔씩 이름모를 새들이 허공을 가를뿐인 이곳의 고요한 적막감이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엉겁결에 캐나디언 타이어에서 집어온 허술한 낚싯대에는 고기가 물지 않습니다.

손대기가 거북스러운 지렁이 대신 가짜 미끼를 드리웠더니 고기들도 아주 흥미가 없는 모양입니다.   

물지않는 고기를 탓하진 않습니다. 

어차피 낚시를 하러 온것은 아니니까요.


황급히 떠나 오느라 따가운 햇볕을 가리워줄 모자도 준비하지 못한탓에, 

어제는 신문지를 접어 둘러쓰고선  그럭저럭 견뎠습니다.  

신문지 몇장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줄은 몰랐었지요.

오늘은 자동차 안에 우산이 있는걸 발견하고 나뭇자락에 걸쳐 놓았더니 옹색하긴 해도 한결 넉넉합니다. 

 

손잡히는 데로 들고온 책을 펼쳤더니 이런저런 생각에 몇장 넘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누렇게 변한 지질이 내용은 고사하고 참 찌질 하게도 보입니다.

이전 언제쯤에는 분명 관심있어 했을 내용이었을 터인데,

작은 글씨체를 보아야 하는것이 쉽지가 않고 첫머리 부터 ‘공자는 짱꼴라의 자식이다’라는 투박한 전개와 

대안없는 날선 비판만 가득한 내용이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덩달아, 혹시 남들이 볼까봐 2리터 짜리 콜라병에 채워온 와인도 뜨뜻해져 마실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온전히 자신이 나자신 이었던것이 언제쯤 이었을까요 ?

세상이 낯설어 보이고 산다는 것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이나이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요 ?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대면하기를 꺼려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지금 나는 어디쯤에 서있는지, 

무었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할것 같습니다.

 

인생이 뭐 별 것 있을까요 ?

삶에 무슨 특별한 의미나 고매한 무엇이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

분수를 알고 쓸데없이 욕심 부리지 않는 물처럼 부드럽게 사는 지혜로운 사람들을 눈여겨 보는것이 바람직 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햇볕에 그을리고 며칠 면도를 하지않아 텁수룩한 모습이 참 생경 스럽지만,

이곳에서 발가 벗기웠던 내모습을 마음속 깊이 묻고,

오늘은 늦게라도 집으로 되돌아 가야할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라도  철이 들어야 하는 인생도 있나 봅니다.  (Aug. 2013)